분리

by Glenn

카페인(커피) 과다 섭취 부작용으로 의심되지만

큰 어지러움이나 심장 박동 증가는 없어요

어젯밤부터 생각의 중심이 잡히지 않고

마치 주행 중인 자동차 핸들이 흔들리고 있는데

두 손으로 아무리 제대로 잡으려 해도

계속 핸들이 계속 좌우로 크게 흔들리는 것 같아요

의자도 흔들리고 공간도 흔들리고 앞유리도 흔들리고

방향도 흔들리고 머리, 어깨, 팔다리 다 흔들려요


멍하고 모든 정지상태가 부자연스럽고

걸어도 걸어도 머리가 상체와 분리되어 떠 있는 느낌

놀이공원의 아이가 들고 있는 헬륨 풍선처럼


특정 목적을 향한 실행이 쉽지 않은 상황

확신 - 실행 - 결과 도출 정도의 과정이

기계적으로 익숙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모든 톱니바퀴에 거대한 고무덩어리를

넣어놓은 것 같아. 돌려도 돌아가지 않고

밀어도 밀리지 않아요


이런 상황에서 이성에 의지한 판단을 내리고

의견을 내놓는 것은 망설여지는 일

공공장소에서의 침묵은 쉽지만 방관하는 것 같고

좋은 것들을 떠올려도 금세 희미해져요

심연을 짓누르는 압박도 절망적인 주변 상황도 없어요

급박한 상황은 조금 누그러졌고 심지어 내일은 주말


조각난 결여의 누적의 총합이

이렇게 폭발해 전신을 옥죄는 거라면

이게 그런 결과라면 기존의 경험들보다

훨씬 약한 편이죠. 전엔 글로 옮길 엄두조차

나지 않았어요. 적의와 살의로 괴로워했을 뿐


혼자였던 사람들 중에서도 더

혼자였던 사람들의 증언들을 찾아 읽어요

그런다고 극적으로 나아질 일은 없고

어둠 속에 있던 사람들을 떠올려요

모두 다른 질감의 대기로 자욱한 어둠 속에서

여전히 허우적거리고 일부는 살아남고

누구는 잠들고 누구는 다시 깨어 울고

다들 각자의 악몽 속에서 잠꼬대 같은 유언을 하며

그중 한 사람은 손끝을 떨며 다잉 메시지를 적고


(몇 시간 지나서)


다시 읽으니 조금 웃겨요

멀쩡한 사람들이 읽으면 비슷하게 느끼겠죠

비극은 정말 조금만 다른 각도로 봐도

희극이라는 게



Presenting looks from the #GucciFW18 fashion show by #AlessandroMichele. Inspired by ‘Cyborg Manifesto’ by D.J. Haraway, the collection features visual and special effects by creative factory Makinarium who made replica heads of the models who carried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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