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양대학교병원 8층

by Glenn

사연 많은 집은

명절에 시끄러울 것 같다는 편견은

눈이 멀 듯한 침묵 속에서

입을 다물고


병원 침대에 앉아

홀로 식사하는 노인의

옆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옮긴 병실은 괜찮아 보이는 데 병원밥은)

간은 좀 맞으세요 라는 질문은

그의 어두운 청력을 통과하지 못했어


미간 주름의 깊이와

목소리의 짜증 농도를 체크 후

그래도 이만하면 정말 다행이라는 안도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다시 꺼낸다

동생은 모르는 과거가 부록처럼 튀어나오고

먼 친척과 오래전 친구 이야기가

목발 달리기처럼 이어지고


이만 가볼게요

다시 연락드릴게요

인사하며 눈물은 굳이 꺼내지 않았어

도로시의 웃는 얼굴만

바라봐도 눈물겨웠는데

아직은 울고 싶지 않아 앞으로도


간병하는 동생에게 마이쭈를 사주고

농담 몇 마디를 나누고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명절에 대학병원을 다 와보네


와이퍼는 조금 삐걱대고

앞유리 창이 잘 닦이지 않지만


가져간 송편과 약과를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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