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감지하고 이끌리고
흔들리고 휘둘리고
깊이 파고들고 파고들다가
뫼비우스 띠의 꼬리를 만날 것 같아요
타인의 모든 상처가
거울은 아닐 텐데
타인의 모든 고통이
수면에 비친 그림자는 아닐 텐데
타인의 모든 눈물이
과거에 두고 온 일기는 아닐 텐데
그동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이유를 파헤치기엔 늦었고
엎지른 물은 담지 않을 거라서
차라리 허리를 숙여 마시고 삼켜서
날아가는 수분마저 표피 아래
감추기로 했고
아무도 듣지 않을 기록을 새겨
불투명한 유리병에 담아 잘게 부순 후
다시 삼킨다, 어차피
나만 아는 이야기
(뉴스의 부고가)
무명의 부고가 되고
지인의 지인의 부고가
지인의 부고가 되며
나의 부고와 거리를 좁혀갈수록
기이하고 느릿한 확신으로
지금의 기행을 멈추지 못하고 있어요
흉터를 끝내 드러내지 않고
깊이 움츠려 끌어안은 채
홀로 숨을 거둘 날이 오겠지
외로움은
혼자만 알고 있는 게 아니라
혼자만 알던 걸 다수가 알았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때
그래서 도로 위에 미친 애들이
미친 굉음을 내며 더러운 관심을
촉구하다 범죄자의 얼굴로
공식적인 최후를 맞이하고 있고
소설을 쓰지 않은 인간이
주인공인 소설의 일부가 되어
아무도 관심 없는 일상을 살다가
평온히 숨을 거두는 챕터부터
쓰고 있는 기분
어떤 무대는 구경꾼을 초대하지 않았고
어떤 조명은 관객 앞에서도 환하지 않으며
어떤 독백은 꺼진 마이크 앞에서도
목소리를 떨지 않아요
25년 전 음악부터 뒤적거렸던 아까보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지금이 좋아요
모든 것에
무덤덤해지고 싶을 때가
제일 슬픈 것 같아요
기대와 기다림이 멈추는 날이 올까
아직은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