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내면의 목소리가 기도했어요
저를 제발 여기서 데려가 달라고
낡고 작은 기관에 버림받은 고아가
울며불며 달려 나오는 이미지였나
최근에 그런 영화는 본 적이 없는데
아침해와 함께 온몸이 녹아내리는
뱀파이어의 최후의 절규였나
모래 위에 툭하고 떨어지는
타버린 발과 구두 정도가 아니라면 식상해
보이지 않는
들리지 않는
만져지지 않는
느껴지지 않는
소유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실체 없는 두려움은
실체가 될까 봐 미리 면역 체계를
갖추는 프로세스와 유사하겠지
그런 날은 오지 않고
오더라도 아무 대책이 없는데
이미 떠올린 것들은
이론이 아무리 격찬받아도
실시간의 맥락과 변수 앞에서는
사자 이빨에 으스러지는
토끼의 간처럼 연약해요
금기를 적으려는
객기는 잠시 미루고
아까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떠올려봤어요
미리 쓰던지
눈앞에서 동의하던지
몸을 관통하고 지나가면
다른 사람이 되어있겠죠
준비했으니 괜찮다고
안도하는 지혜보다
모든 최악을 가정하는
잠들지 않는 불안이 나을까
내면의 목소리가 한번 더 기도했어요
저를 제발 여기서 데려가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