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 온도

by Glenn

추워지고 있어 더


고통 앞에 고통

슬픔 앞에 슬픔

경악 앞에 경악

분노 앞에 경악

온통 거울로 둘러싸인 감옥에 갇혀

결코 끝나지 않는 겨울 같은

수천 개의 계절을 보내는 동안

내내 감기에 걸리고

오한과 근육통에 시달리며

돌아오지 않겠다는 약속이 깨지길

멍청하게 기다리고만 있었지


달의 공전을 어떻게 멈춰

블랙홀이 별을 삼킬 때

그걸 무슨 수로 막을 건데

파도 같은 눈물 한 번에도

온몸이 젖어 바들바들 떨면서

무력감을 즐기는 건지

우울감에 중독된 건지

벗어나려 울타리로 점프하다가

쇠목줄에 당겨져 머리뼈가 부서진 건지


밸런스라는 개념을 증오해

앞면의 찬란한 광휘만큼

뒷면의 칠흑에 뒤덮이는 계산법이

왜 한낮은 늘 일식에 갇혀 걷지 못하고

왜 한밤은 눈꺼풀을 오려내어 붉은 눈을 들키나

시공간의 물리학을 제대로 체감한 적이 언제였나

고장 난 중력으로 뼈와 살이 서로 들뜨고

핏물은 방울방울 새어 잡히지도 않는 걸


사물을 만지고

움직임을 감지하고

시계를 읽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모든 습관과 인지능력이


이제는 소용없어 너 없는 서울에서는

얼어 죽기 전 손가락이 먼저 얼 테니


이제 쓸 수 있는 글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무도 읽지 않아도 좋으니

너에겐 직접 써서 주고 싶었어


다 틀렸지 뭐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