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C가 NPC를 사랑할 때

by Glenn

자신과 타인의 가시적 비가시적 암시적 추상적

정서적 감정적 물리적 폭력적 죽음에 대해서

그렇게 관심과 집착이 넘쳤으면서도


내가 태어난 이유 같은 건 궁금하지 않아 했어

지인의 글처럼 어느 성인 남녀의 육체가 맞닿아

우리가 영문도 모르고 그리도 서둘러 나왔는데

자의도 아닌걸 이유를 찾으면 뭐 하나 싶었고


신 같은 게 있어서 이런 이벤트를 저질렀다면

수습도 케어도 제대로 못하면서 캐릭터만

생성하면 뭐 하냐고 무기도 HP도 스탯도

제대로 없이 극악의 난이도의 퀘스트만

죽어도 덤벼도 깰 수 없는 보스만 그토록

배치하면 뭐 하냐고 절대자의 쾌락을 위해

매뉴얼 없는 맵에서 묵음의 고문만 당하다

오류와 해킹으로 삭제될 거라면 그래서

이걸 다 남들보다 챙겨달라고 기도했는데

운영자의 응답은 없고 입력된 말만 하는

NPC 노예들 속에서 나도 같은 신세였어


이렇게 살다 언제 어떻게 최후를 맞이할까 전에

어쩌다 여기까지 살아남아 오게 된 걸까 전에

대체 왜 태어난 걸까 아무 이유 없다면

아무 이유 없게 된 까닭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


그걸 알아가는 게

남겨진 자의 역할이라는 게

역설과 비극이겠지


NPC든 보스든 펫이든

ID와 정체가 무엇이든

그래도 너를 만날 수 있어서


나를 잊을 수 있었어

행복이든 사랑이든 레벨업이든

그런 걸 가진 듯했어

그런 걸 꿈꿀 수 있었어


천국의 환각에 둘러싸여

지옥의 촉감을 잊는다면

그런대로 의미가 있겠지


유일한 존재로 여겨지게 해 줘서 고마워요

덕분에 태어난 이유가 어딘가에 있다면

남은 시간 동안 조금 더 찾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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