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연민을 부수려면 많은 모험이 필요해요
달궈진 쇠망치로 수면을 때려 얼려야 하는 작업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이런 글을 쓰면 안 됩니다
이런 글은 연민의 불씨이자 무한한 연료라서
절대 식지 않을 화장터 같은 역할을 하거든요
너무 잘 타요 꺼지지 않고 날 계속 태울 수 있어
오래전 빠져나온 검은 영혼이 지켜보고 있어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타닥거리며 타는 몸통을
지글거리는 털끝과 바스러지는 뼈와 근육을
감정과 느낌을 번역할 수고조차 필요 없죠
이런 광경을 보고 사진처럼 쓰면 되니까요
움푹 꺼진 눈과 손톱까지 타버린 손가락으로
자기 연민을 멈추려면 이걸 참아내야 하는 거죠
쓰지 않고 느끼지 않고 불타지 않고 남기지 않고
타자를 겨누지 않고 자학을 서둘지 않고
과거를 뒤적거리지 않고 문제로 정의하지 않고
공기의 일부처럼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인정하는 것
존재의 홍보와 욕망을 신경까지 제거하는 것
누가 듣고 나서 반응할 거라는 기대를 폐기하는 것
라이브러리에서 내 폴더를 영구 삭제하고
전원을 끄고 배터리를 분리하고 키보드를 뜯고
디스플레이를 부수고 금속은 일그러뜨리는 것
자기를 파괴해서 연민의 가능성조차 말살하는 것
이걸 모두 끝까지 스스로 기꺼이 이행하는 것
나를 지우며 연민의 주체와 대상을 지우는 것
결론에 이르고 잠들고 일어나 새 사람이 되는 것
남이 되는 것 어제의 나를 죽였으니 다시 남을
불쌍히 여기는 것 다시 자기 연민을 시작하는 것
자기 연민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자기 연민을 멈추지 않는 것
나도 어쩔 수 없어 이걸 어떻게 안 해 중얼거리며
다시 화장터로 기어들어가는 것
타는 냄새를 맡으며
이런 글을 쓰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