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린다는 표현 자체부터
틀렸다고 생각하면 나아질지도 몰라
존재하는 것들 중
어떤 것들은 존재하는 것 외에
이동계획이 없을 수도 있지
이동 의지 이동 능력 무엇이든
결과적으로 내게 오지 않을 것들
애초 기다림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거야
가능성의 여부로 파고들어 간다고 해도
0에 가깝다가 아니라 0이야
다른 옵션은 없다고 여기는 거지
존재하는 대상이
움직이는 대상이 아니면
기다림의 대상이 아닌 거야
여기서 기다림은 구체적으로
내게 오는 것에 대한 기다림
액션에 대한 리액션
조건에 대한 조건반사
서브에 대한 리시브
이런 것들
기다리면 온다고
전제되고 약속된 것들
그게 아니라면
기다리는 정성을 보이고
기도를 하고 기우제와 번제를 드린다고
절대자가 탄복하며 거대한 손으로
한 움큼 집어서 내게
가져다주는 일은 없어요
바람이 등을 밀거나
히치하이킹으로
우다다 가까워지는 게 아냐
오지 않아
오는 게 아니니까
오지 않으려는 작정,
음모, 전략, 결심, 의도가 아니라
애초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고
그렇게 여기면 그렇구나...
체념으로 이어지려나
기다리지 말자
기다릴 게 아니었다 이렇게?
버스나 화살 같은 게 아니었다면...
아니다 더 말하면 뭐 해
그만둘게요 이해했습니다
...라고 여긴 적도 있었어요
언젠가 본 카피바라, 거북이, 어떤 새처럼
마치 박제된 동물이나 조형으로
착각할 정도로 가까이 가서
만져보고 싶었으니까
모두 정지에 가까운 모습으로
각자 살아있던 것들
존재하고
살아있으니까
완전하게
정정합니다
제가 갈게요 그쪽으로
그러니 기다려요
처음부터 그랬을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