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적인 우리의 절대적인 단어집

by Glenn

관계를

단어에 가두는 순간

모든 비극이 뿜어 나와


듣는 귀의 면과

섞는 뇌의 선이 다르면

신경이 엉키고

뼈가 동강 나


이건 이러는 거 아니야

이건 이러는 게 맞지

이건 이런 거잖아

이건 이런 뜻이니까 맞지? 아냐?

이건 이런 건데 어떻게 그게 그렇게 돼?


단어를 규격으로만

재단하는 행태 앞에서는

모든 맥락이 부스러져


지식과 정보의 차이가 아니야

그건 모두 다르니까

그 차이를 처리하는 법


편향과 편협으로

뚜껑을 덮고 못질을 하는 것


단어는 확장되지 못하고

누구의 단어도 아닌 단절이 되어

대화의 다리를 불태우고

두 개의 도시를 증발시켜

아무도 살아남지 못하도록


단어에 역사를 가두지 않고

단어에 시간을 가두지 않고

단어에 공간을 가두지 않고

단어에 감정을 가두지 않고

단어에 인지를 가두지 않고

단어에 서로를 가두지 않고

단어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단어가

누구에게서 발화되었고

누구에게로 향하고 있으며

그 길에서 헤매지 않도록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우리의 모든 기억이

하나의 단어로 압출되어야 할 때

압력과 기계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것들 중에


지금의 우리를

지금의 우리로 만들어준 것들이

너무 많아


그게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어떤 우리도 될 수 없었어


어떤 현명한 자도

한 번의 발음으로

단어의 모든 의미를 전하지 못해


우리에겐 좀 더 많은 대화가 필요하고

하나의 단어를 넘어

공동의 세계로 입장해야 해


같은 이미지와

같은 텍스트가 걸린

공동의 갤러리가 필요해


우리가 우리를 온전히 알아들을 때

하나의 단어가 어떤 평화도 해치지 못할 때

그때 비로소 우리는 그 단어에게서

자유를 얻을 수 있어


같이 읽고 쓰고 묻고 답하며

하나의 사전에 모으자

우리만의 단어집을 만들자

오해와 편견 없는

불안과 슬픔 없는


절대적인

우리의 책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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