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잃어버린 것들

by Glenn

어둠은 늘 적응이 안 돼요

그런데 가장 원하고

부적응을 사랑하는 일

여전히 자신이 누군지 모르고


쉬운 말은 쉬워서 안된다며

모르는 말을 늘어놓고

다시 읽을 때 이해가 되었으면 하고

알아서 쓰기보다 알고 싶어서 쓰며


요즘은 하루 종일 뭔가를 써요

눈은 뻑뻑하고 몽롱하고

머리는 멍하고 혼란스럽고

키보드는 반박자 늦게 입력되고


공기를 교차하는 시선의 창살만 아니라면

형틀 같던 압박이 줄어든 건 맞는데

이걸 나아졌다고 할 수 있나

목줄이 길어졌다고 개는 밤에 덜 짖을까


과거를 떠올리면

현재의 빈자리가 생겨요

눈을 감으면 넘어지고

뜨면 그대로 흘리고 싶고


내내 혼자인 걸 직시하다

여전히 혼자구나 아는 것과

내내 혼자인 걸 몰랐다가

이제서 혼자구나 아는 것


이제 혼자라는 난처한 환상

한 번도 혼자가 아닌 적 없었는데

입을 열어 말을 할 때마다 뇌를 잊고

연기인지 고해인지 분간이 안되고


올해 잃어버린 것들을 세고 있어요

애초 가진 게 없다 보니 이걸 왜 하나 싶고

졸려요 바깥이 어두워서 그런 가

적응이 안 돼요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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