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어
사회적 관계의 타인이라면
버리거나 잊을 수도 있을 텐데
슬픔은 돋아나, 있는 줄 모르고 있었다가
껍질을 뚫고 솟아오르는 괴물의 촉수처럼
감싸고 조이고 삼키고 적시고 짓누르며
음악을 끄면 될까
계속 듣고 싶다면
슬픔을 붙잡고 싶은 건가
슬픔이라는 이름은 너무 옛것 같아
다른 이름을 붙인다고 상태가 달라지진 않겠지만
더 문제는 이 상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도
이 상태에 잠겨 있는 것을
뭔가와 연결되어 있다고 여긴다는 점
한때는 그걸 특정 기억이라고 여기기도 했었는데
그때 각인된 감정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의 상태가 그때 감정의 결여와
결핍으로 인한 부작용인지지
그때 이렇게 될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방어하지 못한
현재의 자신에 대한 자책과 환멸인지
몇 개의 단어로 정의하면
나머지를 이어가기엔 좀 더 수월하겠지만
그건 정확도가 떨어지고 기존의 익숙함에
맡기는 거라서 시간을 쓴들 쓴맛이 더 깊어진다
정의될 수 없는 것
해석될 수 없는 것
정확한 이미지로 그려낼 수 없는 것
뒤섞이고 엉키고 주워 담을 수 없고
그렇게 허망하게 주저앉게 되는 것
무력해지고 느려지고 암담한 것
돌려주지 못한 물건이
품 안에서 일렁이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