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로서의 자살

by Glenn

읽히지 않을 거라는 이유로

쓰이지 않는 글이 있다


공모전은 선정과 수상,

상금과 작은 명예라는 펫이 따라왔지만


지금 구상과 소멸을 반복하는

장단편의 글은 아무 대가가

그려지지 않는다

의지의 추진과 본격적인 실행의

동기부여가 약한 셈이다


완전한 시작은 없지만

불완전한 시작조차 없다


내 정신상태 어쩌고를 떠나서

'자살'이라는 소재를 흥미롭게

관찰하고 있긴 했다


스스로의 운명을 미리 예언하는 방식이 아니다

실제로 그 정도로 온전하지 못한 상태의

정신이라면 이런 혼잣말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옮겨놓지 못할 것이다


자살이라는 인간의 선택지는

오래전부터 아주 흥미로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세계 문학과 현대 문학에 정통하지 않지만

작품들은 작가들과 다른

운명에 처해 있다 정도는 안다


작가들의 삶을 작품과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어

작가들의 선택에 따라 사후 작품들이

다른 프레임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나는 곧 죽을 것이다라고 공식적인 작품으로

적나라하게 쓴 후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암시적인 메시지는 있겠지만

노골적인 표현은 글쓰기를 주업으로 하는 자에게

매력적인 마지막 선택지가 아닐 것이다


나는 이 글을 끝으로 당장 죽지 않는다

언젠가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내 생사의 가벼움과는 별개로

자살이 하나의 소재로서 기능하고

이걸 응시와 사유로 풀어놓는 방식에 대해

그동안의 글들에 습작처럼 몇 줄 써두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살인과 자살 장면을 엔딩으로 한

단편 소설을 발표한 경험도 있었구나

이것 봐 하루아침에 발광하는 게 아니다

나는 원래 이랬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를 구체적으로 풀어가려면

너무 많은 가이드를 통과해야 한다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다

하지만 최소한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기이하고 탁월한 영화들의 선택을 사랑하듯

아무렇지도 않게 죽음을 해체하는 작품들을 탐독했듯

나 하나는 까다롭게 굴어야 한다

누구보다 내가 가장 많이 읽을 수밖에 없고

이게 어떤 평가의 대상이 된다면

반도 읽지 않고 판단할 테니까


누군가를 오랫동안 기다리다가

누군가와 마침내 만나기로 한 날

누군가는 나오지 않고 알고 보니

어려운 선택을 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이만큼만 생각했고

너무 흔한 설정이라 문장으로

제대로 옮기지도 못하겠다


2족 보행의 생명체가

스스로 시체가 되려는 발악이

흥미로울 수 있을까


자살 자체보다는

자살이 거대한 선택지가 된 상황에 대해서도

개인적 관점의 묘사가 필요하다


전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유일한 1이 사라지는 것

납득할 수 있는 과정으로 그리는 것


쓰다가 정신이 조금

혼미해지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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