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함 투성이인 감정 상태의 깊고 넓은 내면을 유영하다 보면 사랑해요 만큼 정확하고 명확하며 적확하고 초월적이며 설득력 높은 표현이 없어요. 무조건 그래야 해요. 사랑해요 라는 말의 파괴력은 엄청나거든요. 상대를 무력화시키는 상상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고 실체가 없는 주장일 수도 있는데 꼴값이라고 비웃음 살까 봐 서둘러 인정하긴 싫고. 중요한 건 저 말을 혼자 중얼거리다가 스스로 사랑에 빠진 사람으로 강력하게 인식한다는 점. 수요 없는 공급. 결국 사랑해요 라는 표현은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 더 크게 울려 퍼질 때가 많으며 낙인을 찍고 수갑을 채워 커다란 엠프를 켜고 으르렁 거리며 고막을 압도해. 안압이 올라가. 불안할 때마다 혼자 속삭여. 이게 사랑이 아닐 리 없다고. 사랑이 아닐까 봐 덜덜 떨면서 지금 하는 게 사랑이 아니면 다른 예쁜 말로 대체할 수 없어서. 비천함과 초라함을 감추려고 사랑이라 쓰여있는 접착력 약한 스티커 뒤에 숨어. 이 정도면 엄청난 순애보잖아. 팔을 안으로 넣어 쓰다듬기 바빠. 채워지는 애정 같은 건 없지. 거짓과 허상이라고 공식 발표될까 봐 혼자 만의 세계를 만들고 안에서 절대 나오지 않아. 그래 이게 사랑이 아닐 리 없지. 진실을 아는 자아의 숨통을 조르고 가장 위선과 기만으로 무장한 극우의 아이콘 같은 자아에게 왕관을 넘겨. 제발 끝까지 속여달라고. 악몽에서 깨우지 말아 달라고. 죽은 인형을 끌어안고 잠들며. 너는 아름다운 여인. 내 마음을 아프게 해. 이 말은 하지 못했지. 오래전부터 사랑해 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