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불과 재

제임스 카메론 감독. 아바타: 불과 재

by Glenn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 같은 영화를 보면서

데이비드 핀쳐의 카운슬러 같은 전개를 기대할 순 없다


주말 이른 오전 친구들과

상영관 위치를 잘못 알고

몇 분 늦게 도착한 아이맥스관엔

3D 안경 쓴 사람들이 가득했다


경이와 감탄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있었고

아바타 1의 감흥은 여전히 유효했다

비행하는 생명체들의 날갯짓이

특정 시점에서 계속 부자연스럽게 여겨졌다

친구가 보여주긴 했지만 그렇다고

제임스 어르신이 모든 디테일을 챙길 순 없겠지

이럴 순 없으니까.


안경 위에 안경을 덧쓰니 내내 신경 쓰였다

핵심 캐릭터는 2D로 공들여 보였지만

주변 레이어가 살아 움직이는 3D 장면장면은

장시간 관람의 피로도를 가중시켰다


가시적 비가시적으로

통섭과 포용의 과정을 통해

온전히 이어지는

자연과 인간의 영적인 유대


설리 패밀리를 중심으로

선택받은 자들의 생존이란 결국

방해꾼들을 말살함으로써 가능해진다

혈족과 종족을 위협하는 적들에게

인내와 자비가 결국 희생으로

돌아왔다는 걸 뼈아프게 배우고 나면

남는 건 결국 회생불가 상태에 이르게 하는

복수뿐이다


번개처럼 근육과 뼈를 파괴하는 탄도 앞에서

악귀 같은 우두머리는 기꺼이 머리를 낮추고

중화기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단숨에 습득하고

거대한 기계 문명 앞에서 두려움을 감추려 애쓴다

이들의 앞선 무기가 자신들을 멸망시킬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을 테니까

불굴의 투지로 넘어설 수 있는 차이가 아니었다


가족이란 집단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시도는

매년 다각화되고 있지만 아바타의 준비 기간을

고려하면 조금 지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극 중 인물들에게는 서로의 변화가 생경하고 반갑지만

2009년부터 알던 이들에게는 수많은 전쟁과

펜데믹, 기술의 격변을 겪으며 생존을 위한 소집단의

대응 방식에도 눈높이가 조정되었으니까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는 내부 갈등 과정은

좀 더 빠르게 지나가고 스펙터클과 화염, 속도감과

격투가 뒤엉킨 대전투 장면을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

너희들은 너희 가족을 포기하지 않겠지만

이만 알겠으니 어서 무기를 들고 전장으로 나가자고

새, 물고기, 대자연 조상님 다 불러 모아서

피의 불꽃놀이를 펼쳐보라고


클리셰의 수많은 원본을 만든

그랜드 마스터는 이제

가족이란 폐쇄적 클리셰에서

원만한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떠난 영혼들이 모두 모인 곳에서

방황하는 리더를 새롭게 추대하는 장면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감독의 명성과 커리어

시리즈가 영화사와 영화산업에 미친 영향력

원주민과 이방인의 갈등이라는 영원한 주제

등등을 고려한들 결국 하나의 작품으로 봐야 한다면


아바타: 불과 재는 수려한 몇몇 장면이

동어반복이라는 수많은 아쉬움 속에서

전체적인 부정교합을 넘어서지 못한다


아마도 3D라는 관람 옵션이

몰입을 방해한 탓이 클 것이다


아바타 오프라인 테마파크 건립을 위해

프로모션용으로 만들어진

인터렉티브 게임 필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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