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다치는 법과 더 다치게 하는 법
직장에서는 서로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그래서 대략 알아차릴 수 있는 시기가 종종 온다. 한정된 시간 동안 다양한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고 그래서 상대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내가 그 상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하게 되는지 알게 된다. 광고회사에서는 피티가 그러하다. 특정 개인에 대한 완전한 해부는 있을 수 없지만, 적어도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 대화들, 처리방식과 침묵들, 기대의 결과들을 통해 적어도 이 안에서는 어떤 사람이구나 같은 대략의 정보를 입수하게 된다. 날 것의 모습들과 마주하게 된 달까. 겹겹이 누적되는 경험들을 통해 끝내 도달하는 지점은 '그렇다면 나는 이런 환경 이런 사람들 이런 사건들 속에서 매번 어떻게 살아남았고 앞으로 어떻게 지속할 거냐'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남을 탓으로 돌리는 건 나의 부적응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오기 마련이니까. 하여튼 광고회사에 피티란 마를 날 없고, 매번 다른 색과 레이아웃, 톤 앤 매너와 페이지수, 수치와 분석, 인사이트와 의외의 결과로 압박을 쉬지 않을 것이다. 난 그저 덜 다치는 법과 더 다치게 하는 법들에 익숙해질 뿐이다. 고립을 향해 영영 헤맬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