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가두는 일은 어렵지 않다
최선을 다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시행착오를 거치고 모호함의 안개를 지나면
길고 무거운 사슬로 감싸고 자물쇠를 채운 후
열쇠를 뽑아 던지고 깊이를 측정하지 않은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수달 동안 쓴 수백 개의 문장을 요로 끝내었고
아무리 이런다고 다정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도 되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이 안쓰럽다가 그냥 두기로 했다
그냥 두지 않는다고 뭐가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뭐가 어떻게 된들 뭐를 어떻게 할 수 없다
단념과 체념을 반복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지지만 해상도가 선명해지며
최근엔 더 싸가지 없는 인간이 되고 싶다고
다짐하다가도 불가능할 거라고
가슴을 치며 한탄했다
원하는 일이 있고 지금은 다르고
그걸 전에는 했었고 며칠 전에는
과거의 결과물들 속에서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때 너는 니가 뭘 좋아하고 사람들이 거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었지
그래서 지금 너는 다르게 살아야 해?
링크드인에 지적인 뭘 가르칠 만큼
트위터에 재미와 감동을 기록할 만큼
인스타에 끝내주는 미감과 부를 드러낼 만큼
아니 그만 증오와 슬픔을 매립하고
중증 우울과 자살 충동에서 벗어나
희망의 치유를 넘어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
지독한 번민과 안녕을 고하고
참회와 깨달음, 헌신과 희생의 영역으로
들어서야 해?
어느 날 갑자기
쓰레기장이 깨끗해진 게 아니라면
내가 쓰레기라서 무감각해졌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