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슬픔이
흑연이라면
내 연필은 너무
길고 커
깎다가 베인 날은
종이는 피로 물들고
눈물 뭉개진 글씨는
읽히지 않고
맺지 못한 문장은
해석을 못 해서
아무도 진위를 모른 채
파쇄기 버튼을 누르며
어깨와 등을 떨고
멀리서 남의 웃음을 엿듣고
그늘진 표정은 눈을 피하며
깎던 연필을 마저 뾰족이 하여
눈 귀 목 명치 중
어디가 좋을지
긴 흑연을 만지며
편지에 가만히 적어
언젠가 너가 지어준
나의 이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