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사망 사이: 모두 다른 이야기

by Glenn

(기억나지 않음)

인생이 너무 작아


(며칠 후)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있다

이걸 인지하고 있을 정도의 제정신


(주차장과 엘리베이터)

힘들어요. 늘 다른 표현을 썼는데.

지금은 이렇게 밖에 떠오르지 않아요.

네 그래요 그래요 저는 지금 힘들어요.


(분열)

기억이 희미한 언젠가부터

특정 대상에게 내 이야기를

끊임없이 털어놓고 있는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보면 그런 건 애초 존재하지 않았고

내 안의 다른 나를 타자화 시킨 후

그걸 분리시키고 낯설게 만든 후

말하는 주체와 듣는 주체가 하나가 아닌

완전히 동떨어진 서로 다른 지점에서 시작한

객체로 설정 및 트레이닝,

완결에 가까운 숙성을 거친 후

타인이라는 집을 지어주고 거기로 안내한 후

편지를 보내고 있었다

한동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괜찮을

그런 대상을 창조한 것 같다

두 번 접은 후 밀봉하거나

돌돌 말아 다리에 묶어서

비둘기를 날려 보내려고 했고

그렇게 보낸 비둘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따금 뭔가 날아오는 것 같았고

그게 기뻤지만 시와 때를 정하지 않았고

갑자기 날아오거나

아얘 날아오지 않거나 알 수 없었다

독촉도 할 수 없었다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르니

암호 같은 이야기의 해석법을

쓰는 자조차 더듬거려서

모든 비밀은 다르게 읽힌다


(기도)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이 모두 죽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나는 며칠 더 행복할 텐데

입을 틀어막고 새는 웃음을 막으며 슬픈 척할 텐데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농담처럼 이야기했지


(고백)

아주 가끔 몰입의 즐거움을 느낀다

텍스트 안에서 벽돌을 쌓고 지붕을 올리고

벽지를 바르고 문을 붙이고

내가 이런 걸 좋아했었지


나는 내가

무엇을 보고 웃을 수 있는지 알고 있다

어떤 것에 두근거려하는지 알고 있다

방해하는 자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고 있다


희망과 사망 사이에서

늘 인간을 택하는 내가 불쌍하다

아까는 정말 힘들다는 말이

조금 토해내듯 나와서 서글펐다


죽이지 못해서 조금씩 더 빠르게 죽어간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5화나를 세뇌시킨 작가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