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상은
스케치만 해도 심장이
더 강하게 뛴다
사랑과 죽음이라는 동의어
완전히 눈을 감을 때
모든 희망이 실현될 거라는 확신
뻔한 단어로 직조할 수 없는
태어나지도 못한
마음의 분말 확산 증발
기원과 이름이 없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르는 폭력
그걸 감정이라고 부르는 무지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
긴 침묵과 촉감 없는 결여를
두려워하는 들숨과 날숨
눈꺼풀의 진자 운동
미동하는 뺨과 턱
중력에 끌려 다니는 어깨와 뒤꿈치
끓는 눈물, 흰자의 미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막연한 낙관을 신뢰라고 부를 수 있나
무엇을 할 수 있고
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나
이건 마치 바람의 방향을 바꾸려고
짐승의 배를 갈라 제를 올리려는
행위와 뭐가 다를까
섣부른 칼질에 짐승의 눈은 아직 떨리고
연기가 피어오른들 바람은 돌아보지 않고
들불을 지르고 지도의 일부를 망가뜨리면
그제서야 보이지 않는 어떤 힘이 응답할까
입버릇처럼 신을 비웃은 대가를 치르고 있나
이미 물고기 뱃속에서 위액에 잠겨
뼈가 꾸는 꿈일까
후회는 없어요
사랑이 시작된 이후
죽음을 떠올리는 자연스러움
그다음을 모르고 모르더라고
몇 겹의 환상에서 아마도
깨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사건이 아니라 그렇게 내내 살아왔어요
새 종이에 쓰는 글이 미래가 되지 못하더라도
과거의 어떤 글들은 이미 예언이자 명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