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를 거치면
사건은 이미지가 된다
감정은 텍스트가 되고
통증은 이야기가 된다
공감이라는 허구
모두가 필요성을 논하고
아무도 혜택을 증언하지 못한다
대화... 커뮤니케이션...
연습을 한 번도 안 한 리허설 같아
경험과 학습으로 규정한 비인간화된 대상과
뭐를 어떻게 하겠어
그런 영역이 아냐
말이 통한다는 것은
서로의 타고난 부분이 일치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자들끼리 상호보완에 대한
이론과 주장이 아무리 난무해도
그게 가능한 자들은 조용히 지내고
불가능한 자들은 폭음과 비만 속에 죽어가며
그들 사이에서 중개자가 되려는 이들은
가짜 칭찬으로 인스턴트 자기 합리화에 성공
강을 건너기 위해 다리를 놓으려고
도면을 그리고 재료를 모으고 사람을 모아도
강은 원래 없었고 도면, 재료, 사람조차
모두 허상
서로가 존재하지 않길 소원하는 존재들끼리
부스러기를 나눠먹는 동안 머리가 하얗게 되어
주름이 늘고 기억을 잃고 세상이 늙어가
자신의 영혼은 여전히 어린아이라고
장난감을 쥐어주며
도망가고 싶은 마음 만으로 문은 열리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은 대상 없이 떠돌다가 물기가 되며
메모해 둔 분노와 증오마저 풍화와 증발을 지나
아무것도 아닌 것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아무것도 아닌 순환의 소용돌이
고난의 파도 위에서 서핑하다가
상어의 이빨에 관통하는 상상만 해도
복부와 등에 검붉은 구멍이 생길까
뒷걸음치다가 풍경을 보면
우리의 비극은 모두 동화
조금만 숨을 깊게 들이쉬면
폐와 눈이 검어지는 죽음의 재
긍정도 부정도 없어
감각은 닳았고
뼈와 근육은 소실되고
먼지처럼 가벼워지긴 글렀고
아니 아니 아니
또다시 최신 레이어를 검은색으로 뒤덮지 마
애써 쌓아 놓은 팔레트가 다 오염되잖아
행복하자! 그래 행복하면 되잖아!
희망도 품고! 긍정도 챙기고!
행복을 향해! 그게 뭔진 몰라도!
그걸 향해 막 달리면 되잖아!
다들 그거 원하잖아! 그게 최고잖아!
행복, 꿈 그런 게 필요하다고
포기하지 말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그렇게 다들 목놓아 부르짖잖아!!!!!!
안 보여?
다들 그렇게 열심히 사는 거?
설명을 하든 못하든
결과가 좋든 안 좋든
사이가 거지 같든 아니든
어색하든 말든
누군가 아니 대부분은
참고 견디고 극복... 그래
극복을 그렇게 잘하고!
그렇게 지내잖아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무표정으로
아까는 횡당보도를 겪다가
전조도 없이 읊조렸어
'익숙해지지가 않아서일까'
나만 알아듣는 언어로
생각나는 모든 소원을 말하고
그게 모두 이뤄지면 좋겠어
우리만 남을 텐데
불안한 상상을 멈춘 적 없어
이렇게 라도 해야 내가 살아
뭘 그렇게 연연해
그렇게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어떤 대상을 좋아하는 게 재능이라면
그 반작용을 감당하는 것도
마찬가지여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