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테스트

by Glenn

애를 쓰지 않아도 선명해질 때가 있어

입 밖으로 새어나간 조용한 것들 중

뾰족하고 날카로운 것들을 모아

다시 피부 안쪽에 접어두고

입김이 보이지 않아도 나지막이

마치 연습이라도 하는 것처럼

마이크 테스트라도 하는 것처럼

유언이라도 녹음하는 것처럼

누가 가까이에 있는 것처럼


슬픔은 급습이 아니라 선택이었다는 게

가해가 아닌 자해였다는 게 너무

아주 오래전 거만하게 아는 척했으면서도

막상 겪다 보니 견디기가 그렇게

아니 이런 이야기는 아직 하지 말자

여러 번 편곡되었지만 결국 아는 노래를

다른 목소리로 듣는 것 같으니


우리의 풍경이 달라졌을까


나는 모르겠어


우리가 누구일까

처음부터 과거형이었어

현재를 가장 염원했을 때부터

모든 것이 과거가 될 거라는 두려움을

단 한순간도 떼어놓은 적 없었어


현실에 대한 어떤 감각이

간절했던 적은 없었어

오히려 이것이 환상이라 여겼을 때가

행복의 전율에 밤을 태웠던 것 같아


잃어버린 건 우리가 아냐

현재의 나는 우리 중에 없었어

과거의 나와 과거의 우리만 있을 뿐

현재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걸 인정하는 순간

완전히 무너질까 봐

헷갈리는 척 유보하고 있는 거야


관객석에 아무도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어색한 연기의 공연도 멈춰야 하겠지

여긴 무대 위도 아니라는 걸


누가 거짓말을 알려주고

영영 진실을 모른다면

거짓말을 진실로 알고 죽게 된다면

거짓말이 그토록 달콤했다면


얼마나 행복한 삶일까, 그걸 원해

아는 척하며 불행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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