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한테 총을 쏘는 짓. 브레이킹 배드

빈스 길리건 각본 연출. 브레이킹 베드

by Glenn

이 사람들에게 약을 파는 건

아기한테 총을 쏘는 짓이야


지옥이 있다면 우린 거기로 직행할 거야, 알아?


병원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는 고액의 병원비와 주택담보대출, 자식들의 양육비 및 교육비와 아내의 노후자금 및 생활비를 걱정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방금 언급한 비용의 성격을 알고 있다. 읽지 않더라도 유사 상황에 처하면 거대한 리스크를 감내해서라도 돈을 구하려 방법을 간구할 것이다. 이 남자도 초반엔 그랬다. 그러다 발견했다. 마약왕이 될 자신의 악마적 재능과 탐욕, 간교함과 잔혹함을. 이게 다 가족을 위해서라는 거짓말은 그럴듯한 보도자료였다. 고등학교 화학교사 월터 화이트는 현재와 미래에 필요한 만큼만 벌고 손 털려고 했다. 월터(브라이언 크랜스턴)가 가르쳤던 학생이자 마약중독자 제시(아론 폴)라는 좋은 장치도 있었다. 월터는 제시를 볼 때마다 내가 저 놈 인생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가족, 능력, 전부 다. 천재 마약 제조업자라는 인정을 받기 시작하면서 수억 대의 수익을 벌기 시작하면서 일대 마약을 휘어잡는 거스에게 영입되면서 존중과 인정, 감탄과 찬사를 받으면서 월터는 달라지고 있었다. 심지어 단숨에 끝날듯한 목숨줄도 조금 여유가 생겼다. 월터는 더 이상 평범한 화학교사가 아니었다. 그는 자기 내면의 거악과 광기를 찾아냈고 마약 제조를 통해 획득한 권력에 도취되었다. 어떤 수업 때보다 열정적으로 마약을 만들었다. 마약중독자 부모가 자기 애를 굶겨 죽여도 동료의 여자친구가 눈앞에 죽어가도 죄 없는 아이가 총에 맞아 죽어도 상관없었다. 심지어 자신의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아이에게 독을 먹이기도 했다. 그는 두 명의 자녀를 끔찍하게 아끼는 것처럼 보였지만 남의 자녀를 죽이는 데는 망설임이 없었다. 자신의 중범죄 관련 증인이 될 수 있는 아홉 명을 동시다발적으로 청부살해하기도 했다. 평범한 교사에서 마약제국 악마로 등극하기까지 가장 필요한 건 '어쩔 수 없다'는 기만이었다.


최상급 마약 제조자라는 명성은 그의 눈빛, 목소리, 선택과 결정 등 모든 것을 바꿨다. 거대한 수익과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주변의 태도는 스스로를 거악의 지위로 등극시키게 했다. 선과 악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가족을 사랑하는 연기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스스로를 그렇게 매번 설득했다. 이건 다 모두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위대한 결정에는 위험과 희생이 따른다... 이거 너무 익숙하지 않나. 모두가 오랫동안 속았다. 진실을 일부 섞은 거짓말이 더 지속효과가 높았다. 방해가 된다면 누구도 죽일 수 있었다. 어린아이부터 가족까지, 동업자 제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시가 살아있는 건 순전히 마약을 제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였다. 마지막 양심? 월터는 그런 걸 믿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선과 악을 뒤섞은 대사를 쉴 새 없이 내뱉고 있지만 언젠가부터 그건 독성물질을 태우는 연기에 가까웠다. 듣다가 흡입하면 즉사하고 마는. 또는 음식에 타서 먹으면 영문도 모르고 죽는 리신 같은 독약.


구원 같은 판타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는 스스로 부여한 우월한 이성으로 감당할 수 없는 죽음의 부채를 끌어안고 있었다. 너무 많아 쓰지도 못하는 돈, 진실과 사실 모든 것을 숨기느라 급급한 삶, 분열된 가족과 모두에게서 쏟아지는 증오와 혐오, 아니 이렇게 목숨 걸고 돈을 퍼다 주는 데 날 왜 싫어해? 난 목숨 바쳐서 남의 목숨 빼앗아 가면서 돈 벌어오는데 대체 왜? 월터는 혼란과 불안 속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어떤 일이 벌어질 걸 알면서도 악행을 멈추지 않았다. 순수하게 집중하는 순간은 오로지 마약을 만들 때. 기계를 청소하고 원료 배압에 집중하는 순간의 월터는 노벨화학상이라도 거머쥘 듯한 열정적인 과학자였다. 아주 오래전부터 그런 삶을 꿈꿨을 테니. 만드는 결과물이 마약이라는 것이 애석할 뿐. 월터는 자신의 능력을 사랑하고 거기서 얻어지는 부와 명성을 탐닉했다. 그리고 아주 간편하게 법과 윤리, 양심을 제거했다. 언제라도 죽을 수 있을 것처럼 거침없었고 대신 주변 모두가 정신과 육체가 파괴되었다. 월터는 내면의 어둠에서 너무 많은 것을 실현시키고 말았다. 처음엔 죽기 전에 서둘러 가족에게 돈을 벌어다 주고 싶었지. 이제는 세상 모두를 죽이더라도 최고의 지위에서 내려오고 싶지 않았다. 멈출 수 있었다. 스스로 그렇지 않았을 뿐이다. 가시적인 걸 다 잃었어도 그에겐 최고를 만들어냈다는 우월감이 남아있었다. 이걸로 과거에 놓친 사랑과 성공에 대한 후회도 덮을 수 있었다. 타인의 피와 고통으로 뒤덮인 세상에서 자신이 모든 걸 망칠 수 있는 권력을 거머쥐었다는 환상에 취해 있었다. 그와 덩달아 현실의 악귀들은 도미노처럼 창궐하고 있었다. 너무 많은 이들이 죽어야 했다. 너 하나 단명했으면 최소한 몇 명의 아이는 자기 생을 살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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