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집을 나오기 전 우리는 소파에 앉아

트윗

by 백승권

얼마나 많은 '척'을 하다가 생이 다 지나갈까


윗사람의 패악질로

너무 힘들다고 토로하는 지인들에게

나는 늘 강조한다.

핏대를 세우고 목덜미를 물어뜯어야 한다고.

약발이 오래가지 않을 테니

계속해서 끊임없이 그래야 한다고.


신형철 평론가의 글은 밀도가 다르다.

비슷한 좌표를 지닌 글들은 많았지만

신형철의 글은 단연 외로운 앞자리에 놓인다.

그의 지난 책들을 모두 거쳐 마지막으로

<몰락의 에티카>를 펼치며 나는,

다시 무너졌다.

이충걸과 김훈 이후 최초의 충격.


낮에 출근해서

지금은 커피숍

샌드위치 씹는다

저녁이자 첫끼

스스로에게

연민을 느낀다거나

신세한탄이라던가

그런 건 없다

다만 몰랐을 뿐이다

일요일 밤

회사 밑에서

이런 걸 먹으며

이런 글 끄적일 줄

몰랐다

앞으로도 영영

모를 것이다

남겨지거나

떠나더라도


아침 집을 나오기 전

우리는 소파에 앉아

서로의 뺨과 어깨를 만지며

몇 분간 잠들어 있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너무 필요하다.

우리는 늘 우리 곁에 없어서

우리를 방해하는 모든 것들을

다 죽이고 싶다


어떤 이들은 자신의 무능을

상대를 향한 비난 근거로 활용하며

무능을 거악으로 확산한다


광고회사 야근하는 애들은

고아

실향민

유흥업 종사자

환경공무원

이 아니다

그런데 다르지 않다

집에 아무도 없는 듯 가지 않고

고향을 잃은 듯

회사에서 내내 죽치고

불 꺼지지 않은 도시를

새벽마다 택시로 달리며

트럭에 매달린

환경공무원 옆을 지난다


보호받지 못한 약자들이 가해자가 된다고 한다.

그러니 씨발새끼들아 약자 좀 그만 괴롭히며 일 시키고

눈깔 달렸으면 제시간에 시계 쳐다봐서 집에 좀 보내주고

그래라 씨발 진짜 눈치 주며 삽질시키며

같이 뒤지자고 개지랄 떨지 말라고 말하긴 좀 그렇다.


회사에서는 모두가

자신만의 게임을 한다

롤플레잉이긴 하지만

자신의 롤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자신의 롤을 안다고

여기는 사람 또한

진실은 다를 수 있다

끝없이

미션을 컴플릿하고

아이템을 게시하고

퀘스트를 수행하지만

로그아웃하지 못한다

계속 킬만 된다


전 세계 곳곳의 테러로

매일 같이 사람이 죽는다

한국 상황이 좀 다르다면

테러의 배후, 주체, 가해자가

국가 자체라는 것

하여 테러를 비난하면

국가를 비난하는 꼴이 되고

반대하면 매국노가 되는 실정이라

국가가 스스로 죽지 않는 한

테러 역시 계속된다


다수의 자리에서

끔찍한 언어폭력이

소수를 향할 때,

공포에 질린

침묵으로 일관하며

가해자에 동조하는

자신을 견디지 못한

남은 소수들은 하나둘

자리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이를 알리 없는 미래의

사람들이 다시 자리를 채우고

반복되고 다시 떠난다


정신을 차리니 집이다

하루가 깊고 멀다

사람이 하는 짓이 제일 싫고

그다음에

사람이 제일 싫다

변하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변함없이 살아남으려

하루를 사용했다

라고 쓰려는데

오글거려서 지문이 녹아내리겠다


일이 적이었으면 좋겠지만

사람이 적이다

사람은 미래가 아니다

사람은 미래가 될 수 없고

사람은 적이자 악이다

매일 적과 만나고

매일 악과 싸운다

그렇게 내가 선택한 일 속에서

나를 방어한다

한없이 피곤하다

사람의 새끼들


모든 질문에 대응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없다.

그런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건 아이디어가 아니다.

질문이 틀렸을 때

그 질문에 아이디어를 맞출 때

크리에이티브의

비극은 시작된다.


각자의 스트레스 안에서

타인의 노동력을 숙주 삼아

자신의 수명을 늘리고 있다

이해라는 게

일직선을 이루기 힘든 거지만

시도조차 없이 서로를

단정해버리니까

늘 관계는 파괴되고

일은 산으로 가며

사람은 떠난다

시간 지나면 읊조리겠지

그땐, 어쩔 수 없었다고


1년이 되어 간다.

그때와는 다르다. 많이.

그리고. 그때와 거의 같다.

변한 게 없을 정도로.

다 나가는 사이

바퀴 속 쥐처럼

단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

돌아간 바퀴의 발전량으로

타인의 주머니가 채워지고

난 조금씩 빚을 갚는다.

1년 내내. 겨울이었다.


SNS는 둘러싸인 세상을

소돔과 고모라로 인식시킨다.

안에 있는 자들은 모조리 절멸하고

도망친 자들은 미련에 돌아보다

소금기둥으로 생명을 잃어버리는


조사 하나만 덜어내도

헤드라인 감독의 탄력이

달라지는데.

비용을 지불하고도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니까

결과물이 후질 수밖에

없는 거다


요즘 카피 쓰면서 드는

두 가지 생각

1.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2. 1번을 방해하는 자는 누구인가

3. 2번은 언제 나가는가


오늘도 다 꺼내지 못한 말들을 읊조리며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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