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존을 노리려고 투구폼을 잡고 잡고 잡다가

무너졌다

by 백승권

어떤 것을 스스로 만족할 만큼 준비하는 과정과 이것을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과정은 판이하다. 하여 준비 후에는 이게 누군가에게는 별로처럼 들릴 수 있지만 내겐 최면에 가까운 확신을 주입하는 별도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게 없으면 설명할 때 컨디션이 흔들린다.

아깐 그게 안돼 무너졌다. 스트라이크존을 노리려고 투구폼을 잡고 잡고 잡다가 3루타를 제대로 맞은 기분이었다. 내가 그랬지 청중들은 다르게 봤을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그런 기분이었다. 힘을 빼지 않고 힘을 뺀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때그때 컨트롤이 쉽지 않다.

최선을 다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 대안이 당장 떠오르지 않을 만큼 최고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아깐 실패처럼 느껴졌다 같다. 참 피곤하게 산다.. 고 내면의 다른 목소리가 수십 년째 비아냥거리긴 하는데 이게 어느 정도껏 채워져야 매듭을 지은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 고통은 자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