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밴더빌트 감독. 트루스
직업적 사명은 흔히 사치로 받아들여진다. 선두를 유지하다 가도 생계와 생존에 늘 자리를 빼앗긴다.
어떤 이들에겐 수입과 비즈니스를 넘어선 전부지만
대다수 이들에겐 불필요하거나 버거운, 정의롭고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만약의 경우 언제나 버릴 수 있는 것. 초심만큼 폐기시키기 쉬운 게 없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이 원하던 일에 몸을 담으며 쌓아 올린 직업적 사명이고. 아무도 뭐라고 하지 못한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시사 프로그램 프로듀서 메리(케이트 블란쳇)는 미군이 이라크 포로에 가한 형무소 폭력을 취재하며 스타 언론인이 된다. 모든 순간에 위험을 감수해야 했고,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없을 만큼 집을 멀리해야 했지만 그녀에게 사람들에게 진실을 알리는 일이란 어떤 그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고귀하고 순결한 사명이었다. 메리는 부시의 재집권이 걸린 대선을 앞두고 군 복무 문제를 취재한다. 제보를 확보하고 증거를 수집하고 전문가의 검증을 얻고 그렇게 미국의 역사를 바꿀지도 모를 거대한 진실에 다가선다. 생업을 뒤로 한채 달려온 동료들과 팀을 이루고 시청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진정한 언론인의 아이콘과 같은 간판 앵커 댄(로버트 레드포드)도 적극 지원한다. 몸담고 있는 방송국 역시 흥미를 느끼고 수락한다.
마침내. 온 에어.
잘 풀리는 것 같았다.
한동안은.
결정적 증거의 진위가 도마에 오른다. 쉽게 조작할 수 있는 증거가 과연 신빙성이 있는지 보수파 지지자들의 거센 공격이 들어온다. 처음부터 사본인 증거였고 메리는 점점 난처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증언이 번복된다. 증인은 자신과 사전에 접촉한 이들이 있었고 이들의 의도대로 움직였다고 말을 바꾼다. 메리의 트라우마인 아버지조차 그녀의 모든 성취를 위협한다. 방송 자체가 무효화될 위기. 내부조사팀이 꾸려지고 메리의 취재팀이 모조리 불려 간다.
의혹과 기록이 있지만 이를 연결할 증거와 증언이 없었다. 방송국조차 살길을 모색하기 위해 꼬리 자르기에 나선다. 언론인이 추구해야 할 방향은 알았지만 방송국의 생존이 우선이었다. 생존을 위해선 최고 권력을 위협할 시사 프로그램은, 어차피 수입도 제대로 나지 않았기에 몇 번이고 뒤집어도 그만이었다. 쉽지 않은 결정, 다수가 살기 위해 소수의 정의를 버리기로 한다. 기꺼이 비겁해지기로.
댄은 은퇴를 선언한다.
메리는 해고된다.
부시는 재집권한다.
세상은 바뀌지 않았고 옳은(옳다고 여겨졌던) 길을 위해 모든 것을 던졌던 이들은 만신창이가 되어 버려진다. 미드 뉴스룸에서 묘사되었던 어느 언론인의 죽음이 떠올랐다. 바뀔 확률이 지극히 낮은 일을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모험을 서슴지 않으며 때로는 목숨을 거는 이들. 진실은, 이런 시도들이 계속 있어왔고 무수히 실패해왔으며 그 결과 무수한 희생자를 도출했다는 점이다. 이런 이들에 의해 진실의 가치는 더욱 빛나겠지만 희생을 어디까지 무릅써야 하는지는 늘 현실적인 판단을 망설이게 만든다. 나는 같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영화는 돌아보게 만들고 기록은 후회하게 만든다
연애의 허상 - 영화와 사랑에 대한 비밀과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