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오디아드 감독. 예언자
말리크(타하르 라임)는 사람을 때려 감옥에 들어간다. 살아남기 위해 무리에 가까워지고 무리의 일부로 인정받기 위해 살인을 저지른다. 그때부터 죽은 자의 환영이 말리크의 곁에 머문다. 또 다른 말리크가 되어 경청하고 대답하고 조언한다. 말리크는 아랍인도 프랑스인도 아닌 까닭에 수없이 배척당하고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 감옥 안에서 자리를 잡는 일이란 결국 더 많은 죄수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숨은 권력의 곁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리크는 그렇게 한다. 그렇게 권력의 곁에서 권력의 일부가 된다.
죽인 사람을 되살릴 수 없듯, 이미 한번 담근 발은 수렁 속에서 빠지지 않았다. 말리크는 감옥 안에서 성장한다. 읽고 쓰는 법을 배우고 감옥 밖의 비즈니스를 관리하며 감옥 내 권력에게 충성한다. 겉으론 늘 혼란스러워 보였지만 때론 비장한 웃음을 지을 때마다 그는 자신이 어딜 향해 가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6년 형을 받고 나서 절반이 지났을 즈음 말리크는 감옥 안의 거물이 된다. 권력의 주변인들이 사라진 후 남은 그에 대한 신임은 두터워지고 말리크는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받는다. 감옥 내 권력을 컨트롤하는 더 큰 권력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와 생사고락을 함께한 지인은 죽어가고 있었고 그의 가족을 거두기 위해서 돈은 급했다. 살인 계획 당일. 말리크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목숨이 달린 일이었고 죽이지 않으면 결국 자신이 죽게 될 일이었다. 이미 수락했고 추진할 수밖에 없었고 시각은 숨통을 조여 오고 있었다. 말리크는 두려움과 결의가 공존한 표정으로 뚜벅뚜벅 다가가 제거대상의 차 안으로 난입한다. 좁은 공간 안에서 총성과 핏물, 살점이 튀고 주변은 비명과 도망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시체와 시체 사이에 깔린 말리크는 묘한 웃음을 짓는다. 마치 목이 칼이 들어온 죄수의 마지막 미소처럼 말리크는 모든 것이 정지한 듯 다른 세계의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제안받은 일과는 다른 마무리를 짓는다. 감옥으로 늦게 돌아와 독방에 갇힌 사이, 독방 문 바깥에서는 엄청난 숙청이 이뤄지고 있었다. 말라크는 그렇게 홀로 선다. 무리 안으로 들어가려 원하지 않는 살인을 해야 했던 말리크는 거물이 되어 더 큰 무리의 중심에 선다. 더 이상 누구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감옥 안에서 한때 폭력에 시달리며 울분을 토했던 그는 감옥 밖에서 성큼성큼 승리자처럼 걷는다.
살기 위해 범죄를 저질러야 하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경험하지 않았다. 또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경험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어느 누군가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칠 거라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내가 아닐 뿐, 누군가에겐 현실일 수 있다. 무서운 일이다. 흑백이 명확한 전쟁터가 아닌데도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의 목에 면도칼을 그어야 한다는 것은. 생존의 본성에 대한 집요함과 잔혹함에 공포를 실감하게 한다. 이런 과정이 누적되다 보면 상대의 생존은 중요하지 않다. 나와 내 사람들에 대한 안위가 가장 먼저고 나머지들의 소멸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범죄 이전의 세상과 이후의 세상에 대한 학습은 리들리 스코트 감독의 최근 작 카운슬러에서 모두 마쳤다. 자크 오디아드 감독의 예언자는 그 세계를 감옥으로 옮긴다. 폐쇄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대한 중압감에 못 이겨 살인을 저지르고 이후 폭력의 중심으로 진화하는 청년을 보여주며 불리한 조건으로 태어나 이를 악물고 홀로 서는 인간의 혼돈과 스트레스를 극대화시켜 표출한다.
적응일까, 본능일까. 도덕과 윤리는 애초 내재되어있지 않았던 것 아닐까. 잡아먹지 않으면 굶어 죽는 상황에서 사냥감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갖추는 일은 인간의 상상력 안에서만 가능한 일 아니었을까. 후천적 학습에 의해서만 선의가 길러지는 거라면 이는 얼마나 망각하기 쉽고 무너지기 쉬운 것인가. 이게 아니면 도덕과 윤리의식조차도 생존본능과 직결되어 있는 것 아닐까. 나를 살리는 존재에게는 예를 다하고 나를 위협하는 존재에게는 살을 다하는 것. 말리크는 스스로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무너뜨리려 했던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그렇게 범죄자로 탄생했다. 그의 선택이었다.
세상 단 하나뿐인 영화적 기록의 탄생
연애의 허상 - 영화와 사랑에 대한 비밀과 거짓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