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얼라이드
의심은 자생한다. 의심하지 말아야 할 대상에 대한 의심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착지한 순간 들불처럼 번진다. 걷잡을 수 없다. 진화하려 할수록 불길은 커져간다. 온몸을 휘감고 영혼까지 장악한다. 옴싹 달짝할 수 없다. 진위에 대한 파악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견딜 수 없게 만든다. 단순한 계약의 파기가 아니다. 그동안의 모든 시간과 생명을 도둑맞은 것과 같다. 쏟아부은 감정, 함께한 시간, 그로 잉태되었고 세상 밖으로 나와 울음을 터뜨린 생명까지. 의심은 모든 과정과 성취들을 무너뜨린다. 주체였던 자신마저 증오하게 만든다. 상황의 발화점을 도려낸들 이미 퍼질 대로 퍼져버린 의심이란 독은 모든 상황의 최악 그 이상의 나락으로 몰아넣는다. 관련된 모두를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가 물어보고 싶어 진다. 이를 위해 어떤 혹독한 과정이라도 감내할 수 있다. 그래야 한다.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두려워진다. 만약 의심이 진짜라면. 그 대가를 모조리 나와 우리가 치러야 한다면, 이젠 어떡해야 하나. 사랑이 깊을수록 죽음은 두려웠다.
맥스(브래드 피트)는 마리안(마리옹 꼬띠아르)을 의심하고 있었다. 전시 상황. 둘은 적국의 주요 인사를 암살한 연합군의 스파이였다. 국적과 소속이 달랐고 임무 수행 도중 서로에게 단숨에 무너진다. 전투력과 연기력, 둘 사이의 긴장과 균형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서 맥스와 마리안은 사막의 폭풍처럼 서로를 휘감는다. 모든 것을 꿰뚫어 봐야 하는 상황에서 서로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둘은, 마음을 빼앗겼다. 결혼과 출산이 빛처럼 진행되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시간의 무력 앞에서도 꼿꼿했다. 보직이 변경된 맥스가 갑자기 호출된 자리에서 마리안이 스파이라는 말을 들은 후부터, 그의 세계는 파멸한다.
모든 부정, 모든 분노, 모든 억울함을 넘어 직시해야 할 것은 마리안이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었다. 이점이 무엇보다 맥스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진짜로 밝혀지면 최소한 마리안은 사형, 최악은 둘 다 죽고 부모 잃은 아기는 홀로 남아야 했다. 맥스의 세계가 마리안을 적으로 겨냥하고 있었고 궁지로 몰아넣을 테스트를 기획하고 있었으며 통과하지 못할 경우 러브스토리는 파국이었다. 무엇을 선택한들 회복과 치유는 어려워 보였다. 선택권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아 있었다. 총칼의 전쟁이기 앞서 이념의 전쟁이었고 이념이 다른 신분이 밝혀진 이상 남은 건 배신의 제거였다. 세계의 건재를 위해 룰을 만들고 지키지 않은 구성원들은 가차 없이 처단해야 했던 시절. 꿈꿔왔던 곳으로 도망친 들 어떤 자리는 비어 있었다. 남은 자들로 채워지지 않았고 사진엔 둘 뿐이었다. 둘 다 죽지 않기 위해, 하나만 죽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사랑이 영원할 거라고 믿고 싶던 날들, 예상치 못한 죽음이 필연처럼 찾아왔다. 애초 의심은 변수가 될 수 없었다. 의심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다. 사랑이 그러했듯. 개인은 나약했고 누군간 죽어야 했으며 새로운 생명은 존속될 수 있었다. 처음부터 같은 편이 아니었다면 끝까지 달라질 수 없었다. 적군과 아군, 그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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