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곧 6000일

by 백승권



8년 전 결혼사진을 흑백으로 보정했다. 비율을 바꾸고 크롭했다. 식장 배경이 훤히 드러나는 사진들을 죄다 인물포커스로 확 당겨서 잘랐다. 무엇보다 신부의 얼굴과 신체를 중앙에 두고 나는 옆으로 미뤄두고 프레임 밖으로 날렸다. 휴대폰으로 옮겼고 배경을 바꿨다.
현재 잠금화면과 홈화면, 아내에게 걸려올때 보이는 사진 모두 웨딩드레스와 아내의 얼굴로 가득 차 있다. 표정과 자세 하나하나에 기품과 우아함이 깃들어 있다. 매일 보고 만지는 맨얼굴도 좋지만 메이크업과 의상이 더해지면 렌즈를 제어하는 시선마저 숨이 멎는다.
아내의 미모에 대한 예찬은 첫 데이트 후 6천 일에 다다르는 동안 주저하거나 인내할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니었다. 매일 말과 글로 전해도 닳거나 흐려지지 않았다. (감히) 비교의 대상이 아니었고 하여 늘 고결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과장은 없었다.
첫사랑, 여자친구, 그리고 아내의 존재 자체가 내겐 무엇보다 과장이었으니까. 기억이 희미하지고 표현력이 쇠퇴하기 전에 한줄이라도 더 남기고 싶었다. 이런 사람이 나를 선택해줘서 생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기쁘고 행복하며 여전히 신기와 신비함을 떨칠 수 없다고.
아내를 만나며 셔터를 누르는 시기는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했다. 다른 이들이 볼 때 조금이라도 오해하지 않도록 사진 선정에 공들여야 했지만 B컷은 없었다. 버리지 못했고 많은 장면들이 책으로 엮여 과거와 현재를 빛내고 있다.
마주하며 같이 있을 땐 한없이 쳐다보고 다른 공간에 있을 땐 휴대폰과 인터넷에 옮겨진 사진을 본다. 더 해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골몰한다. 무엇이 필요한지, 마음에 근접할 수 있는지 가늠한다. 6천 일이 다가오는 즈음 다시 만드는 결혼 앨범은 그 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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