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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Sep 21. 2017

킹스맨, 우리가 알던 콜린 퍼스는 어디로 갔을까

매튜 본 감독. 킹스맨: 골든 서클






1편에서 해리(콜린 퍼스)는 죽었다. 발렌타인(사무엘 잭슨)이 이제 막 좀비 아포칼립스를 찍고 온 해리의 머리에 한방을 갈기면서 해리의 죽음은 공식화되는 듯 보였다. 킹스맨=해리이고 해리=킹스맨인데. 액션, 스타일, 위기 대처 능력까지 천방지축 에그시(태런 에저튼)가 아무리 날뛰어도 경력직의 아우라를 무시할 수 없었다. 킹스맨의 위기를 넘어 영화'킹스맨'의 적신호였다. 적어도 후속작인 킹스맨:골든 서클의 예고편에서 해리가 편안한 차림으로 면도하는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 우려는 계속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시작하자마자 킹스맨 본부가 한방에 날아간다. 마약왕 포피(줄리안 무어)가 날린 미사일이었고 에그시와 멀린(마크 스트롱)을 제외한 모든 킹스맨이 지상에서 사라진다. 백업플랜이 가동되고 남은 킹스맨은 미국으로 날아간다. 위스키 제조업으로 위장한 채 킹스맨과 같이 비밀 스파이 업무를 하고 있는 스테이츠맨. 킹스맨의 미국 사촌 같은 조직이었다. 거기서 해리와 다시 마주한다. 나비전문가를 꿈꾸던 청년시절로 돌아간 해리가 천연덕스럽게 면도를 하고 있었다.


자극에 자극을 더해 날아간 기억은 되살리지만 해리는 예전 같지 못하다. 이는 곧 킹스맨의 전력이 예전 같지 못하다는 인상으로 연결된다. 조준은 빗나가고 반격기는 실패한다. 에그시는 영국에 두고 온 공주 여자 친구까지 신경 쓰느라 바쁘다. 스테이츠맨의 화려한 합세와 새롭게 선보인 신무기들, 멀린의 목숨 건 지원에도 불구하고 킹스맨의 입지는 불안해 보인다. 상대적으로 포피 역시 마약으로 세계 정복이라는 원대한 포부에도 불구하고 정글 속 자신만의 놀이공원에서 햄버거 굽는 여인의 포지션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버튼 하나로 감염된 모두를 죽인다 한들 파급은 크지 않아 보였다.


에그시의 홀로서기는 실패했다. 에그시는 제이슨 본(맷 데이먼)과 달랐다. 선임 스파이를 그리며 눈물을 글썽거리는 꼬맹이였고 세계 정복을 감당하기엔 불안 요소가 많았다. 그래서 해리는 좀 더 극적으로 돌아왔어야 했다. 그리고 돌아왔으면 만루홈런을 쳤어야 했다. 좀비로 변한 교회 성도를 깡그리 쳐 죽이던 그의 독보적 패기와 날렵함은 골든 서클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사라진 기억과 감각을 겨우 되찾고 남은 한쪽 눈으로 액션을 펼쳐야 하는 노장 요원일 뿐이었다. 거친 매력의 미국 형제들이 (별 도움도 안되는) 의기투합을 한들 소용없었다. 해리는 홀로 싸울 때 존재감이 가장 돋보이는 요원이었다. 킹스맨 골든 서클은 해리를 제대로 되찾지 못했고 에그시는 검증받지 못했다. 유부남이 되었으니 킹스맨 주니어를 기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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