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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Sep 26. 2017

꿈의 제인, 내게 어떤 상처도 주지 않는 제인

조현훈 감독. 꿈의 제인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그런 타인을 만들어야 했다.

내가 아니면서도

나와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내게 어떤 상처도 주지 않는 사람.

현실엔 없으니까

꿈을 꾸어야 했다.

그렇게 제인(구교환)이 탄생했다.

애초 나(이민지)와 달랐고

생각과 선택, 결과가 달랐지만

더 외로워 보였던 사람.

더 외로워 보여서

내가 덜 외로워 보일 것 같았던 사람.

제인.


어딘지도 모르는 집을 버리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담배 연기 사이에서

처맞고 욕먹고 의심당하며 지냈다.

관심을 주는 사랑이 있었고

사랑이라 믿기도 했고

같이 지내기도 했다.

그가 떠난 후에는 찾았다.

나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그를 찾아내야 내가 살아질 것 같았다.


그즈음 제인을 만났다.

제인도 그를 찾고 있었다.

찾다 찾다 안돼서 아니

찾긴 찾았는데 내가 찾던 그가 아니어서

아니 내가 찾던 그는 맞는 데

내가 찾던 그에 대한 기대와 달라서

다가서지 못하고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고

자살을 시도했다.

자살. 그전에 또 누가 자살했더라.


나를 보살펴 주던 사람.

유일했던 사람.

나를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나를 대신해 희생당했던 사람.

나는 그녀(이주영)와 도망가려 했었다.

그녀에겐 모은 돈이 있었고

꿈이 있었고 방향도 있었다.

나를 보호하려다 가로막혔고

나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나가고 말았다.

창 밖으로.

뛰어내리지 않는 이상 발이 닿지 않고

뛰어내리면 몸이 부서지는 그곳으로.


방황하던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바닥보다 더 바닥 밑에서

나와 나를 보살펴 주던 사람과

내가 찾던 사람과 내가 만든 제인이

현실과 환상 속에

삶의 끝자락에서 뒤엉켜 있었다.


죽어야 할 것과

죽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비슷한 곳에 파묻히고 있었다.


나의 환상은 나의 끝에서 시작되었고

꿈의 제인은 꿈이 사라지기 전 죽었다.


나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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