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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Sep 27. 2017

완벽한 거짓말, 나비효과

얀 고즐런 감독. 완벽한 거짓말







어떤 거짓말은 운명을 바꾼다. 


작가로 성공하고 싶다는 열망은

출판사에 거절당한 횟수가 늘어날수록 

더 뜨거워진다.


세상이 아직 천재를 못 알아보는 것뿐이야.


하지만 현실은 차갑다.

벽은 단단하고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아무리 두드려도 굳게 닫힌 문.

혼자만의 작은 공간에서

늙어 죽을 때까지 고립될까 봐 두렵다.


쓰레기에서 뿜어 나오는 빛.

얼마나 많은 기록들이 검정 비닐봉지에 담겨 폐기되었을까.

스물여섯 마티유(피에르 니네이)는

한 남자의 전쟁기록이 담긴 낡은 가죽 다이어리를 발견한다. 

사진 자료와 강렬한 묘사까지

새로운 한 문장을 쓰는 데도 주저했었던 

마티유의 눈에서 불꽃이 일어난다. 


버려진 집, 죽은 저자, 아무도 모를 것 같은 기록.

마티유는 죽은 자의 기록을 단숨에 훔쳐 자기 작품으로 발표한다.

문학계는 천재 신예의 탄생에 열광한다.

스포트라이트가 떠날 줄 모르고 파티마다 

작가의 천재성과 작품의 위대함을 칭찬하는 자들로 가득 찬다.

만석. 그곳에는 죄책감이 앉을자리가 없었다.


영예를 등에 엎은 마티유는 거짓의 파급을 사랑으로까지 넓힌다. 

그의 작품, 그의 천재성, 그의 성공한 인생을 사랑한 사람들이 가족이 되기 직전이었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쳐다도 못 봤을 사람들이 눈 앞에서

자신을 연인과 예비 사위로 대해주고 있었다. 

거짓말의 수명이 다해가고 있었다.

근사한 차기작이 나올 리 없었고 출판사의 독촉은 계속되었으며

마티유는 선불받은 돈으로 부와 여유를 누리고 있었다.


불안이 일상을 침범하고 있었다. 

마티유는 죄책감이 아닌 은닉에 대한 열망으로 다시 불타오르고 있었다.

죽은 자의 기억을 도둑질한 사실이 들킨다면

지금 자신을 둘러싼 모든 부와 영예, 사랑과 안정적 인간관계가

모조리 불타버릴 게 뻔했다. 

마티유는 아무것도 잃고 싶지도 않았고

불안요소의 제거를 선택하기로 한다.

한 명은 우발적으로 죽였지만 치밀한 방식으로 범죄 증거를 감췄고,

다른 한 명은 계획적으로 죽임으로써 모두에게서 자신을 지워버린다. 


그렇게 마티유는 '공식적으로' 죽은 자가 된다. 

작가, 남편, 아빠로서의 자격을 한순간에 상실해버린.

누구에게도 없는 자가 되기로 한다.


도둑질

거짓말 

살인


그는 타인의 기록을 훔쳤고

자신의 작품이라 거짓말했으며

이를 알아챈 자들을 죽였다.


타고난 살인마가 아니었다.

단지 작가로 등단하여 

수많은 독자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픈 가난한 청년이었을 뿐.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비극으로 끝낸 비운의 작가로 남고 말았다.

위안이라면 많은 이들이 그를 

천재 작가로 기억할 거라는 점.


다시 생각해보니 결국엔 

그가 이긴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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