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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Oct 24. 2017

윈드 리버, 딸을 잃은 아버지는 죽지 못한다

테일러 쉐리던 감독. 윈드 리버





강추위 속에서 전력질주를 하면 

폐가 얼어붙어 생명이 위험해진다는 것은 

오랫동안 헌터로 살아온 남자의 상식과도 같았다.


몇 해전 그렇게 눈밭에서 딸을 보내고

또다시 시체가 발견된다.

벗겨진 신발, 각혈. 꽁꽁 언 몸. 감지도 못한 눈.

이웃 인디언의 가족이었다.


문명에 고립되고 백인들에게 버려진 땅에서

인디언의 후예들은 사라져 가고 있었다.

과거는 회상하기 싫었고

현재는 절망뿐이며

앞날 역시 앞이 보이지 않았다.

가벼운 농담조차 꺼내지 못할 정도의

얼어붙은 혹한의 정서.


야생동물 헌터 코리(제레미 레너)는 

멀리서 파견된 FBI 요원 제인(엘리자베스 올슨)과

함께 눈밭에 숨겨진 범인의 흔적을 좇는다.

눈과 산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마을.

시체가 발견된 곳은 인가에서 30km 떨어진 곳이었다.

그곳의 마을공동체의 너비란 그만큼 거대했고

밤과 그늘에 숨은 위험은 깊고 잔혹했다.


혹한 속에서 도망치다 죽은 희생자. 

용의자 무리들과 대치하는 순간,

모든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온다.

더 취하지 못해 안달 난 붉은 얼굴로

욕정을 해소하지 못해 만행을 저지른 짐승들.

눈밭은 피로 물들고

남은 부상자들도 시체로 변한다.


그리고 먼 곳에서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던

아버지의 복수가 날아오고 있었다.

날아와 짐승들의 육체를 찢고

심장을 구멍 내고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도록

사지를 부수고 있었다.


피로 물든 짐승들이 재가 된들

죽은 가족들은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위로는 침묵보다 못했고

희생자의 어머니가 슬픔에 못 이겨 자해하는 동안

희생자의 아버지는 다른 희생자의 아버지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


딸의 부재는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더 나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익숙해지는 것은 고통뿐일 거라고

코리는 같은 일을 겪은 친구에게 말한다.


공평하지 못한 인생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도시에서 멀고 척박한 동네에서 

죽지도 못하는 삶을 연명하고 있었다.

윈드 리버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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