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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권 Nov 07. 2018

무덤가에서

서문




 
늘 우리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고립이 두려웠다. 언젠가 연결이 끊어지면 어쩌나 자주 전전긍긍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낙관과 그래도 잠시 눈을 질끈 감은 사이 아슬아슬하게 연결된 끈이 사라지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스멀스멀 주변 공기 방울 틈 사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우리가 될 자격이 내게 있기나 한지 늘 조바심이 들었다. 사실 미달인데 한없는 배려에 의해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유기 공포의 근원은 아주 멀리 있지도 않았다. 당연히 있어야 할 존재들이 그 자리에 있지 않을 때, 그게 학습되고 기정사실이 되고 인정하게 되고 자문하게 되고 제대로 된 답을 얻지 못하게 되고 납득하지 못하게 되고 찝찝하게 고인 물이 되고 당연하게 되고 당연하지 않지만 누구나 한 조각 정도 지나고 지니게 되는 인생의 밀물이라고 여기게 되고 스스로에게 그만 질문 따위를 멈추자고 말하게 되는 것. 어린 내게 돌아가 어린 내가 되어 너희들에게 묻고 싶던 말. 그때 왜 어떤 설명도 없이 떠났나요. 그때 왜 멀어져 돌아오지 않았나요. 그때 그렇게 짐이고 고난이자 삶의 불편한 존재였나요. 그때 왜 같이 가자고 하지 않았나요. 태어나 자라는 광경이 그토록 무서웠나요. 회피의 대상이 될 만큼, 형벌이었나요. 무덤가는 추웠다. 밤이슬에 귀와 손등이 얼고 있었다. 손가락이 굳고 있었다. 풀썩 누웠다. 하늘은 깜깜했다. 별빛은 아득했다. 먼 숲에서 개가 짖었다. 그르렁거리는 엔진음과 지면을 훑는 차바퀴 소리. 눈을 감았다. 춥고 눈가가 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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