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승권 Oct 18. 2018

당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흔적도 없었습니다

결혼기념일 9주년







사랑하는 나의 아내 수연에게


오늘은 당신과 사랑에 빠진 지 6506일 되는 날입니다.

결혼한 지도 아홉 해가 지났네요. 

매일 아침 당신을 볼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고맙다는 말로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늘 부족한 내 곁에 여전히 머물러 있어 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동안 당신은 어떤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한 애정과 지성으로 우리 모두에게 더욱 나은 삶을 선물했습니다.

9년 전보다 18년 전보다 내가 달라지고 새로워지고 좋아진 점은

모두 당신으로부터 얻은 것입니다.

종종 이야기했지만 당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흔적도 없었습니다. 

알면서도 늘 부족하고 상처를 주고 답답하게 한 점 미안합니다.

바뀌지도 않으면서 성격의 결함만 드러낸 점 미안합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미안한 일을 많이 저지를지 차마 상상할 수 없습니다.

당신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다짐하고

두근거리며 선물을 고민하고 준비하지만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압니다. 

당신이 우리 모두의 삶과 현재, 미래를 걱정하고 대비하듯이

나도 같은 방향과 속력을 맞춰야 할 텐데, 난 늘 삐걱거리고 흔들리고

맞춰주지 못하는 점, 많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나를 바꾸지 못해 늘 당신에게 상처를 줘서 미안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돕고, 함께하고, 덜 아플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평생 곁에서 그렇게 노력하며 함께 있고 싶습니다.


당신 덕분에 원하는 일을 하고 꿈 같은 기적 같은 아랑이를 선물 받고 

우리가 당신의 노력과 헌신 덕에 더 나은 조건과 공간에서 거하고 있음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염치없게 곁에서 지내고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방법이 없어요.

이걸로는 전혀 충분할 수 없겠지만. 최대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테니

당신을 계속 사랑하고 곁에 있을 수 있도록 허락해줘요.

당신께 간청합니다. 당신이 너무 좋고 너무 좋아서 표현이 안 되고

여전히 웃고 말하는 것을 볼 때마다 가슴이 크게 뜁니다.


당신은 전부입니다. 내 전부, 아랑이의 전부, 우리의 전부, 

모든 삶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람.

당신은 이따금 나이 듦에 대한 무력함을 호소하지만

내겐 당신은 단 한 번도 시들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늘 한결같이 65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아름다울 수 있을까, 늘 빛날 수 있을까 의아하고 경이로울 뿐입니다. 

고마워요. 당신의 존재는 경탄 그 자체입니다.

늘 당신 곁에서 당신의 존재를 감탄하며

아랑이와 박수치며 살고 싶습니다. 


당신은 당신에게 짐 지워진 모든 역할을 초월하며

내게 많은 존경심을 얻고 있다는 걸 알고 있나요.

당신의 한계를 모르는 열정과 투지,

삶의 크고 작은 문제들과 격돌하며 헤쳐나가는 걸 볼 때마다

거대한 신의 존재감을 비로소 긍정하게 됩니다.

당신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나태한 내 근성과 의지를 반성합니다.

자극 받고 한 발이라도 더 나아가도록 노력하게 만듭니다.

내 생애 통틀어 이런 사람은 당신 하나입니다. 

당신은 당신이 자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단하고 위대한 사람입니다.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들겠지만

당신, 김수연은 그런 사람입니다.


그런 당신이 저와 이렇게 오래 만나고 곁에 살아줬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늘 이렇게 감사하며 살고 싶어요. 

당신에게 주어진 현재의 모든 시간을 모조리 

우리의 아랑이에게 쏟아붓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신이 자신의 존재를 망각한 채 이 세상에 내려왔다면

그건 바로 당신, 김수연일 것입니다.

하루하루 지나며 당신과 우리가 꿈꾸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뤄져 있을 거라고 믿고 싶어요. 이 믿음이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질 수 있도록

당신과 함께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고마워요 내 사랑,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당신은 아마 갸우뚱거릴지도 모르겠지만 영원한 생명이 주어진다면

당신에게 양해를 구하고 당신 곁에서 영원한 시간을 모조리 쓰고 싶습니다. 

나의 의사, 나의 셰프, 나의 전부이자 생의 모든 기적, 

나 이상의 나를 만들어준 사람. 

존재만으로도 완벽하고 충분한 사람


사랑해요. 

사랑해요.


2018년 10월 17일

결혼기념일 9주년

남편 백승권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내게 너무 너그러워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