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토 <쓴다고 달라지지 않겠지만> 마지막 주제 '이별'을 준비하며
데이비드 핀처 감독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 세븐은 일곱 가지 죄악을 다룬다.
탐식
탐욕
교만
나태
정욕
시기
분노
연쇄살인자는
죄악에 따라 일곱 명의 희생자를 정하고
계획대로 살인을 마친 후 죽는다.
태어나기 이전으로 돌아간다.
태어나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그는 이미 태어나서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고
자살이든 타살이든 이미 죽었다 해도
너무 많이 망쳐버린 후였다.
손상된 세계는 다시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었다.
살인자는 마지막 총구 앞에서
태연하고 편안한 미소로 눈을 감는다.
마치 이 순간을 아주 오랫동안
기다리고 준비하고 마침내 맞이하는 것처럼.
오랜 계획을 마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찰나의 여유, 미소.
많은 장면들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각인되었고
자주 떠오른다.
그가 바꿔놓은 것들
그가 사라진 후에도 여전히 고통받을 사람들
그의 믿음, 알 수 없는 사상, 파악될 수 없는 심연,
그의 육신은 총구 앞에서 생기를 잃고
영영 깨어날 수 없는 곳으로 떠났지만
그의 영향력은 이후의 시간을 오랜 지옥으로 만들어놓았다.
그의 계획 안에는 자신의 죽음까지 예정되었고
실행되었다.
모든 죄는 흔적을 남긴다.
그는 살인을 저지르기 전 수많은 기록물을 남겼고
그 안에 희생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며 실행을 구체화했다.
그를 쫓던 젊은 형사는
그의 작품들 앞에서 넋을 잃는다.
길들여진 감각으로는 그의 그림자도 쫓을 수 없었고
결국 실패했으며 형사는 너무 많은 것들을 잃었다.
범인이 죽은 후에도 그가 남긴 흔적 때문에
형사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 속에 살아야 할
운명에 갇히고 만다.
사건
희생자
종결
모두 지나가고
많은 이들에게 잊히겠지만
이해 당사자들은 결코
처음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불가능한다.
자신
가족
지인
시간
사랑
우리는 그동안 다섯 가지 주제를 가지고 다섯 가지 글을 썼다.
쓴다고 달라지지 않겠지만, 이라는 타이틀 아래 모여
누구도 묻지 않았지만 간절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무언가를 기어이 끄집어 내 활자화시켜 노출하고야 말았다.
우리는 더 이상 비밀에 갇힐 수 없다.
우리는 고통과 슬픔을 완전히 사유화하는데 실패했다.
우리는 금고를 열었고 어둠을 조각했으며
단어와 문장, 조사와 쉼표, 여백과 행간, 침묵과 떨리는 목소리 등
온갖 연장들을 죄다 꺼내 비극과 희극을 전시했다.
우리는 처음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쓴다고 달라지는 않겠지만.이라는 타이틀은 애초 미션 임파써블이었다.
나는 처음부터 속였고
설마 하고 접근했던 당신들은 묵인했다.
돌이킬 수 있는 게 단 한 개도 없어서
우리는 이곳을 나가 어둠을 뚫고
집으로 돌아가 방문을 걸어 잠그더라도
스스로 휘갈긴 단 한 점의 문장도 수정하지 못한다.
Epilogue
만약 내가 여기까지 읽었고
여러분이 지금 이 순간 듣고 있다면
너무 웃길 거 같아요
나는 지금 쓰면서 웃고 있거든요.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고
마치 영영 다시 모이고 다시 쓸 것처럼
단칼에 자르지 못한 심정으로 지금 여기서
시간을 보내고 있겠죠.
그동안
각자 다른 이유로
각자의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잘 지내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