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 감독. 빌리 린의 롱 하프타임 워크
대량학살 무기를 제거하기 위해 이라크와 전쟁 중인 미국. 브라보팀은 전투 중 리더(빈 디젤)를 잃는다. 격전 중인 영상이 대중에 노출되고 총에 맞은 리더를 구하러 가는 영상이 미 전역에 노출된다. 죽음을 무릅쓴 위대한 용기. 브라보팀은 전 미국의 영웅으로 급부상한다. 명분이 확실하지 않은 전쟁. 계속되는 논쟁. 그중에 희생과 용기가 담긴 영웅들의 탄생. 당시 하사를 구하기 위해 빗발치는 총알 속에 뛰어들었던 린 상병은 영화 제작으로 거론될 만큼 엄청난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빌리 린 상병(조 알윈)에겐 슬픔뿐이다. 존경하는 리더를 잃은 깊은 슬픔과 절망. 전쟁에 대한 깊은 회의감과 함께.
브라보팀은 홍보투어의 주인공으로 참여하게 된다. 가는 곳마다 격렬한 환대를 받는다. 끊임없는 인터뷰 속에서 비수 같은 질문들이 기억을 후벼 판다. "사람 죽일 때 기분이 어때요?" 린 상병을 비롯한 브라보팀은 스포츠 경기나 VR 게임이 아닌 실제 전장에서 피와 공포, 죽음을 겪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겐 흥미거라, 가십, 뉴스일 뿐. "그 총을 맞게 되면 온 몸이 찢겨나가죠." "오..." 피로감이 몰려온다. 사방에서 터지는 폭죽 소리는 전장의 폭음처럼 매번 몸을 바싹 움츠리게 만든다. 린 상병은 자신의 눈 앞에서 죽은 리더의 마지막 모습과 자신이 눈 앞에서 직접 죽인 적군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린다.
가족의 사고에 엮여 사고를 친 후 입대한 군대. 텍사스에도 이라크에도 린이 안도할 곳은 없었다. 전쟁 영웅이 되어 잠시 돌아왔지만 여전히 엉망진창인 가족들과 어색한 광기에 휘말려 괴상한 요구를 하는 대중매체에 둘러싸인 린과 브라보팀. 린은 돌아가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결국 기억과 죄책감, 회유에 휘말려 자신이 머물 곳은 미국이 아니라고 결정 내린다. 전쟁의 이미지에 환호하는 미국인들, 이유를 알 수 없는 전쟁 속에서 소리 없이 죽어가는 군인들, 이익을 위해 적군에게 투자하는 자본가들, 테러도 전쟁도 희생자도 모두 콘텐츠가 된다.
린은 전우들에게 사랑한다 고백하던 리더의 마지막을 자꾸 꺼낸다. 살아생전 누구한테 그렇게 사랑과 인정과 격려와 보살핌을 받았을까. 군대는 가족과 사회로부터 내몰린 경제적 취약 계급의 청년들이 죽음을 담보로 명예와 애국심 같은 허상을 향해 돌진해야 하는 곳이었다. 매일 뉴스를 장식하지만 결코 내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매 순간 발생하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이 거부하기 힘든 명분을 강요받고 살기 위해 처음 보는 자들을 기꺼이 죽여야 하는 곳이었다. 무차별 살인이 허용되는 곳, 또는 그렇게 죽을 수 있는 곳. 린과 브라보팀은 모든 쇼를 마치고 전장으로 돌아간다. 전장에서 죽기 싫었지만 전장에 머물러 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