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코, 넌 죽었고 난 꿈이라면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아사코

by 백승권

아사코는 바쿠를 만난다.

아사코는 바쿠를 좋아하게 된다.

아사코는 바쿠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마치

아사코가 아사코에게 이야기하듯.


아사코와 바쿠는 같이 오토바이를 탄다.

사고가 난다. 둘은 도로 위에 나뒹군다.

정신을 차린 후 둘은 뒤엉켜 키스한다.

정신을 차린 게 아닌 건 지도 모른다.


난 오토바이 사고 장면 이후의 모든 장면이

사고에서 깨어나지 못한

아사코의 꿈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바쿠의 죽음을 인지했지만,

감정적으로 떠나보내지 못한

아사코의 꿈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더 이상 바쿠는 아사코의 생에 없는 사람.

이런 가정이 있어야 이후의 모든 스토리를

아사코의 선택을 납득할 수 있었다.


바쿠는 아사코를 떠나 돌아오지 않는다.

바쿠는 저녁밥 다 먹고 빵 사러 갔다가

어떤 아저씨를 만나 밤새 이야기하다 잠들어서

다음날 새벽에 돌아오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바쿠를 원래 알던 친구들은 바쿠가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했다.

갑자기 사라지는 게 원래 그렇다니.

아사코는 이런 불안까지 사랑하기로 했나 보다.

하지만 바쿠는 다시 떠나고

반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아사코는 거주지를 옮긴다.

거기서 아사코는 바쿠, 아니 바쿠를 닮은

료헤이와 마주친다.

아사코는 말을 잃는다.

모든 시간이 정지한다.


아사코(카라타 에리코)는 료헤이와 사랑에 빠진다.

아사코는 바쿠(히가시데 마사히로)를 닮은

료헤이(히가시데 마사히로)와 사랑에 빠진다.

바쿠를 닮은 료헤이는 아사코와 사랑에 빠진다.

아사코는 무대 위 친구의 연기를 보면서

쉽게 감정에 휩싸이는 사람이었다.

바쿠를 닮은 료헤이를 보며

바쿠를 연기하는 료헤이라고 여기며

쉽게 감정에, 사랑에 다시 빠진 건가.

진실은 모른다.

아사코는 료헤이에게 사랑한다 말한다.

아사코는 과거 바쿠에게 사랑한다 말했었다.

이번에도 아사코는 자신에게 이야기하듯

료헤이를 사랑한다 말하고 있었다.

5년이 지난다. 아사코와 료헤이는 한집에 산다.


아사코는 옛 친구를 만난다.

바쿠의 소식을 듣는다.

바쿠는 모든 곳에 있었다. 광고판과 TV 속에서

료헤이를 닮은 얼굴로 바다를 닮은 하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바쿠는 가까이 있었다.

아사코는 제어능력을 상실한다.

처음부터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바쿠가 아사코에게 찾아온다.

아사코와 료헤이가 같이 사는 집으로.

아사코는 분열되고 있었다.

아사코의 육체와 정신의 모든 시계가

바쿠가 떠나기 전의 환상적이었던 때로

완전히 돌아가고 있었다.

바쿠가 다시 찾아왔을 때

아사코는 뒤돌아보지 않고 바쿠를 잡는다.

세상이 무너진 표정을 한 료헤이를 뒤로 한 채

자신과 결혼하자고 이야기한 료헤이를 뒤로 한 채

아사코는 바쿠의 차에 올라탄다.


료헤이의 차에서 잠들었듯 아사코는 이번에도

바쿠의 차에서 잠든다.

정지한 차에서 바쿠는 과거의 바다를 찾고 있었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바다.

아사코는 바쿠를 사랑하는 아사코를 사랑했고

바쿠가 사라진 후

아사코는 바쿠를 닮은 료헤이를 사랑하며 과거

바쿠를 사랑했던 아사코를 다시 사랑하기 시작했다.

사랑에 빠진 아사코가

아사코는 그리도 사랑스러울 수 없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사랑의 원본과

사랑의 복제 사이에서 갈등하던 아사코는

복제된 감정을 선택한다.


원본 바쿠와의 단절을 선언한다.

복제된 료헤이를 선택하기로 한다.

바쿠는 다시 아사코를 떠난다.

이번엔 아사코의 결정에 따른 거였다.


난 이 장면에서

아사코가 오토바이 사고 이후 깨어나지 못했지만

바쿠의 죽음을 인지했고 길고 복잡한 꿈을 통해

바쿠의 복제품(료헤이)을 만들어

충격에서 벗어나려 했고

바쿠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지만

바쿠의 죽음을 따라가며

자신도 죽으려고 했지만 끝내

바쿠의 부재를 인정하며 단절을 선언하며

아사코 자신은 무지개다리를

건너지 않기로 한 것처럼 보였다.


돌아와 살아남기로

바쿠 없는 세상에서 눈을 뜨기로

살아남기로.

복제된 감정이라도 소중히 지키며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기로.


누구를 사랑하고 의지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아사코가 아닌

아사코로 살아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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