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르. 2013년 11월
어느 교수가 조사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대해 최고치를 각각 100으로 잡고 자신의 애정도를 말해달라고. 50이라는 이도 있었고 90이라는 이도 있었다. 대부분 자신이 쓰는 휴대전화 브랜드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이어지는 대답을 기록하던 중 교수는 의아해했다. 150, 200 등 최고치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매긴 이들이 생긴 것이다. 모두 아이폰 사용자들이었다.
교수가 이유를 묻자 그들은 웃으며 말했다. “그런 게 있어요.” 내게 물었어도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랫동안 알아온 지인처럼 살과 뼈, 체온을 지닌 대상처럼 설명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 사람을 묘사할 때 “그는 처리속도와 선명함이 뛰어나”로 설명하지 않듯 애플 기기 역시 성능만으로 선호의 이유를 대신할 수 없다.
스티브 잡스에 반해서? 키노트 프레젠테이션이 멋져서?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끝내줘서? 글쎄. 애플은 첫 번째였다. 컴퓨터라는 연산 기계에 매끄러운 선과 색을 입혀 인테리어 소품으로 여겨지게 하고, 운영체제와 아이콘에 남다른 디자인을 입혀 장난감처럼 여겨지게 했으며, 들고 다니는 물건 중 가장 매끄럽고 단순하게 디자인하여 전화기가 아닌 패션 액세서리처럼 과시하고 싶도록 만들었다. 이런 감성적 포만감을 대중에게 누리게 한 건 애플이 유일했으며 이후 나온 기기와 브랜드와 시도들을 죄다 애플의 유사품으로 전락시켰다.
안드로이드? 그게 뭔가? 새로 발견된 은하계 이름인가? 오랜 애플 유저로서 애플과 안드로이드를 비교하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 체감되는 둘의 세계관은 ‘사과’와 ‘인조인간’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간극만큼이나 멀다. 훗날, 애플이 아닌 다른 브랜드가 더 빠른 처리속도, 더 오래가는 배터리, 더 선명한 화면, 더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해서 우위를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애플을 향한 만인의 콩깍지를 벗겨내기엔 ‘더’ 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니 불가능하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으니까.
애플은 최초와 최고의 이미지를 만인에게 동시에 ‘이식’했다. 애플에 선점당한 인류의 두뇌와 마음의 용량은 더 추가하거나 완전히 교체하기엔 한정적이다. 선택의 여지가 있나? 음,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안드로이드폰을 아이폰으로 바꾼다면 ‘기변(기기 변경)’이라고 불릴 것이다. 하지만 아이폰을 안드로이드폰으로 바꾼다면 ‘배신’이라 불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