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광고는 세계평화의 꿈을 꾸는가

데이즈드. 2011년 1월

by 백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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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S FOR PEACE

세계 평화를 히어로 혼자 지켜내야 하는 건 아니다.
약자의 권리를 고민한 공익광고를 돌이켜본다.


곧 1월이다. 내일을 믿지 않던 사람들조차 희망을 재건하려는 따뜻한 심장을 품고 하루를 시작하는 시기. 하지만 어떤 이들에겐 걸음을 옮기는 것조차 중력의 세기가 달리 느껴진다. 미래의 위험이 아닌 당장의 암흑 속에서 그들은 타인의 도움 없이 살아가기 힘들다. 몰라서 돕지 못한 이들을 위해 광고는 식상하지 않은 방식을 통해 주머니를 열기 전, 마음을 여는 법을 먼저 궁리한다. 당신의 진심을 끌어당겨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들이 여기 있다.
앰네스티 세계 인권선언 60주년 광고. You can do more than celebrate. 끊임없는 내전으로 고통받은 이들이 프린트된 60주년 축하 케이크. 국제 인권운동단체 앰네스티는 당신의 축하보다 더 실질적인 도움이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떼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커팅된 케이크 조각을 통해 명료하게 전하고 있다.
Barnardo 아동 성매매 방지 광고. 진실은 때론 추악하다. 아동과 관련된 범죄들은 더더욱 그렇다. 영국의 자선단체 Barnardo의 광고는 현실을 직시할 것을 요구한다. 성매매로 인해 삶을 송두리째 빼앗겨버린 표정의 소년과 소녀가 당신과 눈을 마주친다. 우릴 지켜달라고. Abuse through prostitution steals children lives.
APAV 가정폭력 방지 광고. 포르투갈 희생자 지원협회 APAV의 광고는 패션 화보의 비주얼 콘셉트와 레이아웃을 그대로 가져온다. 모델들이 입고 있는 것은 블랙 드레스와 실크 스카프뿐이 아닌 가죽 벨트와 주먹을 휘둘러 생긴 상처다. There are Brands no one should wear. 폭력은 누구도 입어선 안될 브랜드라는 것을 광고는 전하고 있다.
반려동물 학대 방지 광고. 사람보다 나은 대우를 받고 있는 듯한 동물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뉴스들과 함께 동물학대에 대한 논란 역시 뜨거워지고 있다. 인간뿐 아니라 지구 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학대받지 말아야 할 권리가 있다면 오버일까? 화난다고 말 못 하는 짐승에게 발길질을 하는 건 미취학 아동들도 아는 상식이자 에티켓이다. 버려진 동물들이 벌판의 축구공으로, 도구함의 대걸레로, 울타리의 기둥으로 표현되어 있다. The Animal Anti-Cruelty League의 동물학대 방지 캠페인. 동물들이 잘 보이지 않거나 와 닿지 않는다면 당신도 잠재적 가해자일 가능성이 높다.
앰네스티 아동 참전 방지 광고. “30만 소년소녀 병사들의 꿈은 소년소녀가 되는 것입니다.”라는 카피가 인상적이다. 대한민국 새싹들이 사교육 열병에 앓고 있을 때, 아프리카의 내전 국가에 사는 같은 나이 때의 아이들은 무차별적인 살육이 자행되는 과정에 강제동원되고 있다. 탄약을 둘러매고 해골 축구를 하고, 시체가 매달린 곳에서 줄을 타고 노는 이 아이들의 인권은 작은 실천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광고는 전쟁과 동심이 공존하는 비극적인 사진과 카피를 통해 전하고 있다.
아동 홈리스 후원 광고. 구호단체의 광고들이 원하는 건 관심을 넘어선 실천이다. 하지만 누가 쉽게 말할 수 있나.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당신의 착한 마음을 보여줄 지폐와 신용카드입니다.라고. 여기 두 편의 광고가 있다. 널빤지 만한 신용카드 밑에서 쉼터를 얻고, 담요만 한 지폐를 덮으며 추위를 녹이는 아이들. 광고는 당신이 줄 수 있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노골적이지만 밉지 않은 억양으로 전하고 있다. We can’t help street kids without you.
앞서 소개한 공익광고들의 공통점이라면 좀처럼 보기 힘든 강렬한 표현 수위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폐부를 찌른다고 할까? 반면 국내 관공서에서 진행하는 광고들은 평생을 교육과 인재양성에만 헌신하신 교감선생님 느낌이다. 항상 웃는 얼굴, 화목한 가정, 지금의 평화를 지키려면 메시지를 따르세요.라는 훈화적 성격이 짙다. 이해는 가지만 익숙해서 쉽게 기억되진 않는다.
물론 광고라는 영향력 높은 미디어 특성상 대중이 받아들일만한 정서와 수위를 결정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다. 얼마나 매끄럽게 파고들면서도 오랜 울림을 전달할 수 있냐는 것도 천차만별의 해석을 가져올 수 있기에 가이드에 맞춰 고민의 매듭을 짓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방법의 문제가 아닌 방향의 문제라는 거다.
차이는 그곳에서 온다. 어디에서 선을 그었는가? 용기 있는 광고를 만드는 건 그 반대편에서 쏟아질 비난 역시 감수했다는 점이다. 손에 쥔 것이 펜이든, 붓이든, 총이든 평화에 기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쉽지 않은 과정을 지난 이들과 그 결과물을 향해 사람들은 더 많은 공감을 얻는다. 2011년 새해, 세상을 위한 더 나은 생각들을 퍼뜨릴 수 있는 용감한 크리에이티브와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또 만들어낼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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