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아이의 원죄

기아자동차 매거진. 2012년 4월

by 백승권

영국 정부의 교통안전캠페인 <Think!>
아이는 부모의 거울


친정엄마에게 아이를 맡기고 맞벌이를 하는 지인에게 어느 날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이가 탁상 위 TV를 향해 자꾸 발을 뻗는다는 것입니다. 리모컨을 사용할 줄 아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는 계속 짧은 다리를 TV로 뻗다가 넘어지곤 했답니다. 까닭인 즉, 할머니(친정엄마)가 아이랑 같이 TV를 볼 때 무심코 전원 버튼을 발로 눌렀다는 것. 자기 키만 한 외할머니 다리가 TV에 닿는 장관(?)에 형언할 수 없는 인체의 신비를 느꼈는지, 아이는 그걸 따라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고 합니다. 듣는 순간 아이의 아크로바틱 한 포즈가 떠올라 폭소하고 말았죠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흉내를 통해 습득하는 아이들.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사고가 발달하지 않아 조건이 허락하는 한 무조건 따라 하고 봅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아이의 탄생과 동시에 평생 역할 모델로서의 임무 또한 부여받게 되는 것이죠.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서 다소 튀는 행동을 보이는 아이와 사려 깊고 바른 태도를 보여주는 아이를 비교할 때 우리는 부모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습니다. 다양한 외부조건이 있더라도 결국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부모라는 반증이겠지요. 부모는 결국, 출산과 양육의 의무를 넘어 자식의 영원한 핑곗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가 봅니다.


여기 자식과 부모의 숙명을 응용한 영국의 광고 캠페인이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빨간 불일 때 건너면, 당신의 아이도 따라 할 것입니다.” 영국 정부의 교통안전캠페인 ‘THINK!’. 알록달록한 펜으로 따라 적은 삐뚤빼뚤한 글씨들과 그림 등 아이들의 행동을 그대로 옮겨놓은 표현방식이 꽤 귀엽습니다. 아이들 방의 벽지나 유치원 교재에서 그대로 가져온 건 아닐까 하는 짐작도 들게 합니다. 하지만 부모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아이들이 따라 할 것이라는, 행간에 감춰진 메시지는 보는 이를 불안하게 합니다. 어느 부모가 예외일 수 있을까요?


‘THINK!’ 광고 캠페인은 쉽게 마주칠 수 있는 공익광고처럼 훈계를 늘어놓지 않습니다. 최소한 아이 앞에서만이라도 기본적인 교통안전법규를 철저히 준수하는 모범시민이 되어달라고 위트 있고 부드러운 어조로 부탁합니다. 물론 자연스러운 연출(?)을 위해 아이가 안 보이는 곳에서도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어른이 되어준다면 엘리자베스 여왕이 기사 작위를 수여할지도 모를 일이죠. 자 그럼 이제, 다시 한번 그 귀여운 글씨들을 다시 한번 눈여겨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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