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의 단둘 데이트
하루 휴가를 냈다.
10월 17일은 결혼 10주년.
같은 시간에 일어나
등원 준비를 했다.
우리의 다섯 살 도로시.
안아주며 아침 인사를 하고
사랑해 사랑해 우리 딸
너무 사랑해 웅웅웅 고백을 퍼붓고
놀아주고
아침 먹이고
세수시키고
치카치카하고
얼굴에 로션 발라주고
외출복으로 갈아입히고
양말 신겨주고
같이 신발을 신고
유치원 가방을 챙기고
지하 1층 자동차로 간다.
유아 시트에 앉히고
시동을 켜고
출발.
유치원 주차장에 내리고
안겨서 내리고
안겨서 간다.
오늘은 아빠도 같이
유치원 데려다주는 날이니까
도로시 표정이 밝다.
생글생글생글생글
늘 그랬지.
아빠 유치원 데려다주면 안 돼?
1시간 정도 빨리 출근해야 해서
미안하다고 백번 말하고
하루 종일 저 말을 떠올려야 했는데.
오늘은 도로시 표정이 밝다.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어서.
아빠를 끌어안는 손목과 팔의 힘이 제법 세졌다.
갓난아이 때부터 힘이 세긴 했었지.
내가 왜 얘랑 힘을 겨루고 있지. 의아했으니까.
아빠 품에 안겨 성큼성큼 유치원까지 다다르고
내려서 인사하고 2층으로 올라가다가
계단 창문 중간에 멈춰 바깥의 우리에게
다시 인사한다. 시간이 한없이 흐르고
우리는 오래 눈을 마주치며 오래 인사한다.
오늘은 도로시 치과를 가야 해서
평소보다 조금 일찍 데리러 가야 한다.
우리는 4시간 정도 후에 다시 만나자.
아내와 나 둘만 남았다.
오늘은 결혼 10주년 기념 데이트.
마른 손으로 깍지를 낀다.
어깨를 감싸고 뺨을 붙이기도 한다.
너무 좋다. 그치? 이게 얼마 만이야.
정확히 5월 마지막 주 이후 처음.
우리는 다시 시동을 켜고
목적지로 간다.
유명하다는 15분 거리 쌀국수 집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써놓는다.
오픈 한 시간 반 남았고 우리가 두 번째 입장 예정.
한 시간 반 동안 뭐할까.
다시 손을 잡고 어깨를 감싸고 휘적휘적
스타벅스로 간다.
아내는 라떼, 나는 오늘의 커피를 주문한다.
도로시 간식도 같이 주문한다.
나온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나의 회사 이야기.
아내의 지인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
도로시 이야기.
계속 우리의 도로시 이야기.
아내 이야기.
아내를 지나
엄마를 지나
여자 개인으로서
제대로 서고 싶은
김수연의 이야기.
내가 오랫동안 독려하고 응원했던 이야기.
시간이 지나고 문을 나선다.
쌀국수 가게 문 앞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
웨이팅 리스트 32팀.
원래 같은 거 2개 시키려다가
아내의 사진 포스팅을 위해서
또다시 오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까
더 비싸고 궁금한 걸로 하나 바꾼다.
다른 테이블은 둘이 와서 하나도 시키네.
오픈 시간인데 한 사람당 하나가 기본이지 않나.
우리는 여기가 처음이라 이유를 나중에 알았다.
양이 많다. 엄청. 커피 마셔서 더 많게 느껴진다.
맛있고 맛있어서 일단 먹고
짜조는 포장한다. 다음에 또 와야지. 언젠가는.
유치원 근처로 이동한다.
그전에. 와.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아내가 차 안에서 5만 원 권을 주웠다.
와. 와. 신난다. 와. 와. 둘 다 난리남.
와인가게에 들른다.
오 여기도 처음인데 생각보다 괜찮네.
뭐 둘 다 엄청 애호가도 아니고
술을 거의 못 마시는 편이기도 해서
소주는 일절 입에도 안 대고
맥주는 가끔 하이네켄을 마시긴 하는데 자주는 아니고.
와인은 달콤한 화이트 스파클링 중심으로 둘 다 좋아해서
모스카토 라인을 즐기긴 한다.
비슷한 걸 달라고 추천을 요청하거나.
엄청 큰 곳에서 서성거리다가 추천하는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을 들고 왔다.
돌려서 따는 건 아니고 엄청 꽁꽁 포장되어 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가까운 티 카페에 간다.
여기도 새로 생긴 곳.
일단 내부가 정말 근사하다.
나는 계속 아내를 찍는다.
아내는 내 모든 옷을 스타일링하고
내가 알아서 골라 입으면 자신도 거기에 맞춰 코디한다.
그래서 우리 둘은 오늘 둘 다 슈트 스타일.
나는 계속 아내를 찍고
우리는 계속 우리를 찍기도 한다.
와 둘이서 셀피 진짜...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처음 아닌가 싶기도.
오늘은 날이 날이고 기분이 기분이라서 계속 찍는다.
이제 이동. 우리의 도로시를 데리러 가자.
우리가 도착하고 얼마 후 도로시가 가방을 메고 나온다.
표정이 밝다. 엄마만 있었는데,
오늘은 아빠도 있으니까.
번쩍 들어 올려 안는다.
도로시가 기분 좋아하는 게 전해진다.
평일 매일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좋아하는데. 나도 너무 좋고.
치과에 가야 한다.
10분의 진료 시간 동안
도로시의 한쪽 손을 계속 잡아 주었다.
긴장하는 아내를 달래고
긴장하며 아이를 달래는 아내와
입 안에서 기계음이 울려 긴장하는 아이를 달랬다.
도로시는 조금 울었지만 그래도 잘 참았다.
어른도 무서운 치과인데
도로시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런 도로시를 보며 아내는
얼마나 더 무섭고 조바심 났을까.
처음 만난 이후 100일 단위로
결혼한 이후 다시 100일 단위로
2가지 종류의 기념일을 챙기고 있다.
하루 이틀 넘길 때도 있지만 대부분 챙기고 있다.
그렇게 연애 시작 20년
그렇게 결혼 10주년
2019년 10월 18일
도로시가 태어난 이후
우리는 두 번째 데이트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