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기어라도 써야 할 것 같아서

2019년 10월의 기록

by 백승권

10월 11일

일하는 과정 중 수반되는 극심한 고통은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전제나 조건이 아니다.


영화 데미지에서

"상처 받은 사람들은 살아남는 법을 알아요."

라는 대사가 나온다.


견딜 힘으로 맞서 부수거나

도망가는 걸 택하고 싶다.


옵션은 단 하나가 아니다.

가라앉은 기분이

떠오르지 않는다.


10월 12일

한 달 넘는 제안 준비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고갈되었고 회복의 기미가 약하다.

후회나 미련은 없지만 잃은 게 많다.

돌아오지 않는 시간. 박제된 기억. 그때의 태도들.


10월 16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들에게 다시 돌아올 때까지

온기를 지켜내고 싶다

나는 많이 약해졌고

홀로 설 수 없어서


10월 17일

오늘은 좀 괜찮았다.

최악은 아니었다.


10월 24일

정당한 분노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론이 아닌 실천에 대해.

해결책은 아니지만

헤드기어라도 써야 할 것 같아서.

반응을 짐작하기 어려워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와 상황도 사람도 다르니까.

좋은 사람이 아니라

타살당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내면의 누군가가 귓속말을 하고 있다.


10월 24일

"이건 그냥 내 기분인데

우리 팀 지금 이상한 암흑기인 듯

묵언수행 시즌 같은.

그리고 암흑이 아닌 적 있었나 싶기도 하고

각자 다른 꿈을 꾸는데

그게 너무 투명하게 보인달까

ㅋㅋ 그냥 그래"

-지인과의 통화 중


10월 30일

오늘도

휴대폰 배경의 도로시 사진과

사진첩과 인스타그램의

아내 사진을 보며

겨우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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