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의 기록
11월 12일
좋은 영화의 주연을 맡기 위해서
덜 좋은 영화의 조연을 맡을 수도 있다.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당분간은.
단역일지도.
덜 좋은 영화가 아닌 안 좋은 영화일지도.
뭐든.
11월 12일
토이의 음악은
과거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넬의 음악은 여전히 현재다.
연애는 결혼과 육아로
시즌이 바뀌었지만
직업에서 오는 고통의 총량은
여전히 그대로라서.
11월 20일
인생이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들이 남기는 건
위안과 안도보다는 체념과 무력감이다.
자기 인생을 멀리서 볼 수 있는 사람은 없고
대부분 너무 가까이에서 보고 겪다가
죽거나 다친다.
내 인생이 남 인생일 때는 보이겠지.
그땐 나도 내가 아닐 테고.
11월 22일
시간이 생길 때
글을 안 쓰면 불안하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도 하는데.
영화를 보고 글을 쓴 후 다시
시간이 생길 때
글을 안 쓰면 불안하다.
뭔가 쓰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다.
삶을 허비하는 기분이다.
혼자 있을 때.
11월 27일
현재의 많은 시간이
기억과 대화를 통해 과거에 머무르거나
현재의 많은 시간이
미래를 바꾸기 위해 쓰이고 있다면
현재는 미래와 과거의 일부로 기능할 뿐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지 않나.
눈앞의 일을 처리하는 시간을
현재라고 부를 수 있나.
지금 당장을 위한 시간이
존재하기나 하나.
현재의 일부가 믿기지 않거나 도저히
인정하기 싫어 이런 생각이 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