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25일
우린 결국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사실 만나지 못할 거라고
결국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이 기울고 있다.
상대에 대해 오래 생각하다 보면
상대가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가 오랫동안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지
짐작하다가 확신하게 된다.
불안이 실현될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나쁜 소식을 기대하게 된다.
생각이 말이 되고 글이 되다가
결국 실현될 거라고
불행을 기다리게 된다.
불행한 결말을 기대하게 된다.
학습되어서
너무 많이 반복되어서
좋은 결과가 일어날 일 없다고
혼자 조용히 결론 내린다.
기대가 기적이 된 적 없어서
기다리다 기죽은 적만 있어서
낙관은 오래전 폐기되었고
썩은 빵 봉지를 넣을 냉장고만
가득 채워져 있다.
마른땅 부러진 삽으로 우물을 파다가
지쳐 쓰러져 마른 숨으로 얼굴을 처박은 채
동그랗게 오려진 하늘 밑에서 흙이 되어 간다.
살려줘 살려줘 외치지 않고
지렁이가 파먹을 때까지 꼼짝 않는다.
흙이 되어 빚어져 다시 뭔가 된다면
그때도 사람으로 빚어져 같은 과정을 반복할까
이건 꿈일까. 뫼비우스의 띠에서
길을 잃은 벌레일까.
벌레가 인간의 신경을 갖고 태어나 고생이 많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물어볼 벌레가 없다.
잡혀 먹고 말라 죽고 살충제에 비틀어져서
뒤집어진 몸을 다시 어쩌지 못하고
바들바들 떨다가 바람을 기다린다.
다시 기어갈게. 인간의 발을 조심할게.
바짝 엎드려 살게. 널 물게. 널. 뜯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