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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떼구르르꺄르르 Mar 12. 2022

코로나 투병기

할 수만 있다면 안 걸리는 게 최고

코로나에 걸렸다. 내 일상이 멈췄다.


첫 하루는 아무렇지 않았다. 호기롭게 '나는 확진되어도 아무렇지도 않나 봐!' 하며 뿌듯함을 누렸다. 그 뿌듯함은 그날 저녁에 무너졌다.


오들오들,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써도 참을 수 없는 오한을 견뎌보겠다고 떨고 있으면, 어느새 해가 져있거나, 떠있거나 하는 시간의 변화를 겪게 된다. 처음에는 PCR 검사 면봉이 닿는 비인두도말이 무척 아팠다. 마치 비인두도말과 연결되어 있는 뇌까지 감염된 것이 아닐까 하는 듯이 두통이 심했다. 이래서 코로나에 걸리면 뇌가 수축된다는 기사가 뜨는 것이구나.


날이 갈수록 그 비인두도말의 고통이 귀와 목으로 내려왔다. 가만히 있어도 타는 듯한 고통에 (겨우 이 정도로?) 사라지고프다, 나를 감염시킨 밀접접촉자를 저주하고 싶다 등등등 각종 자기 비하와 저주와 가족들에 대한 짜증을 분출했다. 그런데 겨우 이 정도가 아니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피가 섞인 가래를 뱉게 된다.....


나는 과연 사회에 복귀할 수 있을까? 설레발치는 내 성격으로는 코로나에 걸려 이제 더 이상 인생이 끝난 것과 같은 극단적인 감정의 파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나는 이제 끝이다... 이 증상은 더 이상 좋아지지 않을 것이고 지금 이 고통을 이겨낼 자신이 없다...


다행히도 PCR 검사를 받고 결과를 받기 전 가장 먼저 한 일은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동네 병원에 전화해 약을 타놓는 것이었다. 3일 후 피 가래를 뱉자마자 비대면 진료로 더 강한 약을 받았다. 업그레이드된 약이 얼마나 독한약인지는 제쳐두고, 확실히 증상이 많이 좋아졌다. 내 고민 하나는 덜었다. 격리 해제 후 출근해서도 콜록거리거나 큼큼거리거나 해서 주변에 공포를 주면 어쩌지?


격리 중에 망상이 참 많아졌다. 과연 지금 아니고 나중에 걸려도 격리라는 미명 하에 이렇게 집에서 맘 놓고 요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까? 조금만 지나도, 한 달만 지나도 확진되었지만 '에이, 뭐 코로나 가지고 그래. 약 먹고 출근해'라고 압박받는 시대가 되면 어쩌지? 그렇게 되면 차라리 병균 취급받으면서 집에 콕 박혀 충분히 휴식하고 약 먹을 수 있는 지금이 낫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그냥 감기가 아니다. 내가 정말 증상이 심해진 시기부터 아주 약하게 큼큼거리는 정도로 나아진 지금 시기를 고려해서, 적어도 4~5일은 요양이 필요한 질병이다. 격리는 모르겠고 일단 요양!을 해야 한다. 지금 일까지 하라고 했더라면 최악의 아웃풋을 낼 자신이 있다. 시간이 지나고 코로나가 더 이상 지금 관리체계의 관심을 덜 받는 질병으로 되면, 걸린 사람들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재작년, 새로운 직장에 가자마자 A형 독감에 걸렸다. 분명 나는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심하게 앓았다. 근 몇 년간 그렇게 아파본 적은 없었다. 지금 코로나 빼고. 금요일 저녁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다가 토요일 아침에는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겨우 병원에 기어가서 간이키트 검사를 하고 독감 판정을 받았다. 영양제 수액도 맞고, 집에 와서 주말 동안 거의 사망하다시피 잠만 잤다. 월요일에 출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중요한 훈련이 시작되는데, 내가 와서 처음으로 하는 훈련인데 이걸 못한다고 할 수는 없고, 컨디션은 말이 아니고, 전염성도 있다고 하는데...


결론적으로는 마스크를 쓰고 출근했다. 회의에서 혼자 마스크를 쓰고 있자니 여간 민망한 것이 아니었다. 마치 주변 사람들과 상사가 '아픈 거 티 내냐?' 하는 눈치를 주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주말 동안 집중치료를 한 덕에 증세가 많이 호전되었고, 그때 쿠팡에서 사둔 탐사 마스크 한 박스는 바로 한 달 뒤, 코로나 마스크 대란에서 매우 든든한 총알이 되어줬다.


지금 코로나 사태. 2년 넘게 이어지니 피곤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막상 '드디어' 코로나에 걸려보니 많이 약해졌다는 오미크론이 이 정도인데, 그전에 코로나를 앓았던 사람들은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3차 부스터 샷까지 맞아서 이 정도로 아프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영양제 수액 하나만 맞고 싶다는 생각이 엄청나게 들었다. 수액이라니, 약 처방받아 약 받아오는 것도 비밀 작전하듯이 해야 되는 상황에서 배부른 소리다.


내 코로나 투병기간 동안 대선이 있었다. 코로나 확진 판정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로 대체할 수 있다는 내용이 발표되고, 당선인은 실외 마스크 해제, 실내 탄력적 마스크 착용이라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하필 지금 코로나에 걸려본 당사자로서는, 당분간 쿠팡 탐사 마스크 한 박스를 주기적으로 구매하지 않을까 싶다. 내 안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바이러스가 나갈까 봐도 무섭고, 다른 바이러스가 나에게 들어올까도 무섭다. 그리고 마스크, 손 씻기 덕분에 피해 갈 수 있었던 수많은 감기, 결막염, 배탈 등등등도 앞으로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다.


격리가 오늘 포함 3일 남았다. 그 사이에 내 쿰쿰 거림, 기침, 오한이 뿌리까지 뽑히길 기원한다.


안 걸릴 수 있으면 안 걸리는 게 제일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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