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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떼구르르꺄르르 Apr 26. 2022

하루에 사진 한 장, 출발

출발해볼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나오지 않은, 찍는 자체가 목적인 사진들을 사진첩에서 정리해보았다. 한 장, 한 장 돌아보면서 그날의 날씨, 습도, 온도, 기분 따위를 되돌아보려 한다.


나의 이 사진 에세이를 시작할 사진의 제목은 "출발"이다. 너무나 노골적인 제목이다. 그래도 응큼한 것보다 노골적인 것을 나는 더 좋아한다. 이런 곳은 흔치 않다. 차가 다니지 않는 6차선 도로. 더군다나 정체를 알 수 없는 횡단보도 앞의 "출발"이라는 두 글자. 누구에게 출발하라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2~3일에 한번 지나가는 곳이지만 저곳에 "출발"이라고 적혀 있는 것은 처음 보았다. 오늘 이왕 나온 김에 예쁜 사진 한 장 남겨야지 하고 마음먹으니 비로소 보인 글자다.


사진은 영화의 마지막 신에 어울릴 듯한 구도다. 끝의 시작과 같은. 그 영화는 잔잔했을 것이다. 지루하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배우가 극을 이끌어 갔으면 좋겠다. 저곳에 마지막으로 선 배우의 뒷모습과 카메라를 뒤돌아보는 표정은 아무래도 자신감 있는 은은한 미소가 좋을 것 같다.

 

하루 한 장 사진 에세이.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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