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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떼구르르꺄르르 May 01. 2022

5월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숲길에서

작년 7월에 자주 가는 경의선 숲길에서 산책을 하다가 인스타 스토리를 올렸다.

 잎사귀들이 만든 터널이 너무 좋았다. 그야말로 '여름이다'라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광경이다.




가을에도 또 걷다가 급히 카메라를 꺼냈다.

가을 그 자체의 길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같은 자리에서 카메라를 꺼냈다. 낙엽들이 만든 따뜻한 숲 터널. 이 지점을 지나면 나도 모르게 간직하고 싶었나 보다.




어김없이 봄도 돌아왔다. 2015년 언저리부터 매년 벚꽃을 보러 온 이곳. 또 같은 곳에서 핸드폰 카메라를 들었다.

사람들이 점점 많이 지나다녀서 산책로는 앵글에서 뺐다. 그래도 구도 위 끝까지 뻗어가는 나뭇가지와 꽃잎들 덕분에 이상하지 않다.



5월의 첫날. 벌써 5월이라니 시간은 날아간다는 속담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바람이 따뜻해지기 전에 숲길에서 날씨를 즐겼다.

또 이곳만 오면 이 터널을 간직하고 싶다. 여름의 색감과 미묘하게 차이 난다. 7월보다 조금 젊은 초록이라고나 할까.  Katy Perry의 "Teenage Dream"라는 노래에서 "You and I, will be young forever" 부분을 크게 소리쳐 노래 부르고 싶다.



서로 다른 계절이지만 모두 뒤를 돌아보는 젊은 여자의 모습이 구도에 어울릴 것 같다. 그 계절에 가장 맞는 옷을 입고서. 걸어가면서 뒤를 돌아보고는 렌즈를 향해 싱긋 웃고 그 방향으로 한 바퀴 빙그르르 돌고는 다시 앞으로 걸어간다.


봄은 아무래도 연인의 렌즈일 것이다. 꽃을 즐기는 연인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시각에서 촬영되었을 것이다.


가을은 조금 자조적이었으면 좋겠다. 팍팍한 직장생활에서 잠시 여유를 가지는,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을 때 뒤돌아봄을 찍 것이다.


5월은 출발선에서 찍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직장생활이든 대학생활이든, 젊은 초록을 배경으로 힘찬 미래를 암시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숲길에서 5월을 시작한다. 5월에는 젊은 초록처럼 나를 괴롭히는 무기력을 벗고 활기차게 지냈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고문하지 않고 찰나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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