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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떼구르르꺄르르 May 03. 2022

불멍은 왜?

늘 새로워, 짜릿해, 불멍이 최고야

주말에 캠핑을 다녀왔다. 캠핑의 가장 큰 목적은 불멍이고, 캠핑장의 가장 큰 장점은 불을 합법적으로 피울 수 있다는 것이다. 캠핑장이 아니더라도 불을 피울 수는 있다. 그러나 마음 놓고 피울 수 있고, 뒤처리도 간편한 곳은 캠핑장을 따라올 자가 없다. 오랜만에 마음 놓고 불을 피웠다.


많은 사람들이 불멍 덕분에 캠핑에 빠진다. 이상하게도 불을 보다 보면은 머릿속이 고요해진다. 장작이 타는 '딱' 소리들과, 아른거리는 소리와 빛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무런 자극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사람을 사로잡아버리는 타는 불.


불멍을 열심히 하면 불 냄새가 남는다. 하도 장작을 태우다 보니 캠핑이 끝나면 장비들에 모두 불 냄새가 스며들고, 차에도 불 냄새가 난다. 그 불 냄새는 어떤 냄새보다도 유혹적이고, 어떤 방향제보다도 기분이 좋다.


개인적으로 분석한 불멍에 끌리는 이유는 EMDR(Eyes Movement Desensization and Reprocessing, 안구운동 민감소실 재처리 요법)의 원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나쁜 기억 지우개'라고도 별명 지어진 이 기법은 부정적인 기억을 떠올린 후, 양측성 시각 자극을 주며 재 응고화를 막는다는 아주 복잡한 설명을 네이버에서 찾을 수 있다. 내가 해석한 것은, 나쁜 기억을 떠올리고 그때 REM 수면과 비슷한 상태인 눈동자를 좌우로 움직여주면 그 감정을 소화할 수 있다는 원리인 것 같다.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과학자도 아니기 때문에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 감정이 요동칠 때 물멍을 하고 급격한 안정을 찾은 적이 있고, 불멍을 하고 나면 그동안의 스트레스가 많이 정리되는 경험을 많이 했다. 아른거리는 것들이 감정을 소화시키고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틀림없다.


그나저나, 다음 불멍은 언제 어디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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