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는 만큼 안다
자주 듣던 질문이다.
" 책 읽으면 뭐가 좋아요?"
" 소설책 그거...남 이야기인데 비싸게 주고 살 가치가 있어요?"
" 그거 읽을 줄 알면 성적 올라요?"
한참을 고민해도 저 질문들에 대한 답을 명확히 하지 못했다.
나에게 독서는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었다.
티비를 보듯 펼쳐보다가 덮고, 라디오를 듣듯 귀 기울이다가 딴짓하고
화가 나는 날 밤새 읽으며 위로 받기도했다.
아이가 속을 썩이면 이어령 교수님 책을 읽었고,
엄마가 그리우면 피천득의 '인연'을 다시 봤다.
도파민이 필요하면 추리 소설을 펼쳤고,
성탄절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다시 보고
흑백요리사는 몰라도 '버터밀크 그래피티'는 몰입해서 봤다.
냉장한 눈이 갖고 싶어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펼쳤고
가게부를 보다가 '돈의 심리학'을 읽었다.
뉴스를 보다가 '환율전쟁'을 다시 보고
친구가 보고 싶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넘겼다.
릴스를 보듯 나에게 책은 다양한 맛을 무한히 제공한다.
병렬독서인지 몰라도 재독도 여러 번 하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못하겠다.
단지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내 마음이 달라진 건 안다.
사물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건 안다.
감정에 따라 태도와 가치관을 바꾸지 않는다.
사람 보는 눈도 갖게 된다.
내가 바로 서면 타인도 바로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그렇다고 사람에게 상처 받지 않는 건 아니다.
여전히 여러 대 맞고 산다.
그래도 무너지지는 않는다.
여전히 믿었던 사람은 이유 불문 믿는 바보짓도 한다.
그래도 행복하다
그러면 된 거 아닐까.
꼭 뭔가 세상이 주는 이익 기준에 맞아야 독서를 하는 건 아니다
최소한 나에 한해서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