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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엠 Jan 15. 2022

(35) 노동이란 무엇인가

마르크스의 '자본'으로 이해하는 노동의 본질

이번엔 각을 잡고 노동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노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는 말은 제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무지막지하게 인용, 요약한다는 뜻입니다. 자본론은 잘 알려져있다시피 자본의 형성과정을 분석하고 노동의 개념과 가치를 가시화한 저서입니다. 따라서 노동이란 무엇인지, 노동에 대한 가치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알기 위해선 자본론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하늘이 '맑습'니다





'자본'의 초판 표지 


사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자본론'이라고 알고 있지만, 원 제목은 Das Kapital, 즉 ‘자본'입니다. 마르크스의 이론이 여러 학계에서 마르크스주의라고 불릴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여서 사실 학문적 이론이라 봐도 무방하지만, 자본에서 마르크스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새로운 이론의 구축이 아닌 기존 현상의 분석에 더 가깝습니다. 마르크스는 여러 경제 자료, 특히 영국의 공장 현황에 대한 자료의 대부분을 수집하여 그 당시의 산업과 자본의 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정리, 역산하여 ‘자본'을 집필하였습니다.


그렇기에 ‘자본'의 내용은 매우 방대합니다. 일단 경제학 카테고리에 들긴 하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경제서, 역사서, 철학서, 정치서로도 읽힐 수 있을정도로요. 이 모든 내용을 짧은 지면 안에 다 넣을 수는 없으므로 이번에는 ‘자본'에 나온 노동에 관한 분석으로 글을 이어가려합니다. 





노동이란 무엇일까요. 간단합니다. 노동력의 사용이 바로 노동입니다. 노동력의 구매자가 노동력의 소유자로부터 노동력을 사서 사용가치가 있는 상품을 생산하는 행위, 그 일련의 과정이 바로 노동과정입니다. 그리고 생산의 규모가 커지고 자본을 갖춘 자들이 보다 많은 생산을 위해 노동력을 구매하게 됨에 따라 노동은 지금과 같은 노동력의 판매 개념으로 정착되었습니다.


노동력은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판매하는 상품입니다. 즉 판매 전의 노동력은 노동자의 재산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노동력의 가치에는 노동자의 재생산과 노동자계급의 번식에 필요한 상품의 가치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본가가 노동력의 가치만을 정확하게 화폐화할 수 없습니다. 자본가가 지불하는 임금은 노동력의 가치 보존을 위한 ‘시간'에 대한 댓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자의 임금은 노동력에 대한 지불 아닌 노동시간에 대한 지불로 이해되어야합니다.


그렇기에 근무 시간 외의 노동은 노동자의 재산을 훔치는 행위가 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자본가는 노동자의 ‘시간’을 구매하기 때문이죠. 구매한 시간 외에 자신의 이득을 위해 노동자에게 생산을 요구하는 일은 노동자의 기반인 시간을 강탈하는 행위가 됩니다. 


Photo by Hunters Race on Unsplash


노동자의 시간은 판매 상품이자 생산력이 한정된 노동자의 기반입니다. 노동자는 앞으로 계속 될 상품의 판매를 위해 판매 상품인 ‘시간’의 일부분을 사용해 노동력을 재생산해야합니다. 이 과정을 무단으로 취하거나 또는 재생산에 필요한 시간까지 판매할 것을 요구할 경우, 과도하게 경작물의 수확 뒤 빠르게 비옥함을 잃는 토지처럼 노동자의 생산력 또한 빠른 속도로 저하됩니다.  유일하게 이 노동력의 가치를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부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은 정해진 시간 내에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생산방식을 바꾸는 일 밖에 없죠. 


자본가가 생산의 잉여가치를 통해 나온 자신의 몫을 지키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동자 또한 자신의 재산과 가치를 지키고자 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노동자의 재산은 ‘시간'입니다. 노동자의 투쟁에서 근무시간 단축에 대한 요구가 나오는 이유는 나태와 방만에서가 아닙니다. 자신이 가진 가치를 지키고 지속적인 노동 활동을 통해 생존을 하기 위함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는 인간의 존엄, 인권과 같은 개념 이전에 정말 단어 그대로 ‘값어치’를 하는 노동력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물론 결국 이 값어치의 개념의 근원을 찾으면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에 다다르긴 하지만요.) 





이렇게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노동의 개념이 얼마나 자본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노동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르크스의 ‘자본’은 노동자의 ‘노동'의 개념이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줍니다. 나의 고급진 노동력의 댓가라 여겨졌던 임금은 마르크스의 시선에선 부질없는 생각이 됩니다. 실질적으로 고용주가 나에게 지급한 임금은 나의 노동 가치가 아닌 나의 노동 시간을 빌린 댓가입니다. 시간은 곧 나의 재산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 즉 나의 인생의 일부를 돈으로 바꾸는 행위는 생존을 위해 필요불가결하겠죠. 그렇기에 돈으로 바꾸지 않은 나의 시간을 그만큼 가치있게 여겨야겠다는 생각 또한 듭니다. 



사진

썸네일: photo by Ant Rozetsk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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